일본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일본의 국회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되지만, 그 선거는 우리 나라와 유사하게 대부분은 선거구에서 뽑고 일부는 비례대표로 뽑는 소선거구제 비례대표제 병립제이다. 중의원의 경우,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지만 내각이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어서 임기가 보장되지 않다시피하고 선거일을 종잡을 수 없다. 반면, 3년에 한번씩 과반수(121석)를 정기적으로 갈아치우도록 되어 있는 참의원의 경우 해산제도가 없어 6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그 선거일은 대체로 임기만료 30일 전에 치루어지기만 하면 되는 바 올해는 7월 중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도 정치판이 우리나라처럼 오합지졸이되어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제1야당인 민주당과 제2야당인 ‘유신의 회’가 합당하여 민진당(民進党)을 창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69%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최근 NHK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놀랍게도 8.9%에 불과한 반면 34.3%의 사람들이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답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국민전체의 30%정도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자민당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하고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의 정치상황을 보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공천을 둘러싼 여야 할 것 없는 계파간의 이전투구, 정책실종의 혼동상태를 보면서, 무당파층이 30%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꼰대’(백작을 의미하는 불어comte의 일본말 발음에서 유래, 자신의 직위를 믿고 허세를 부리거나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늙은이)를 싫어하는 요즈음의 대학생들로서는 ‘정치꼰대들의 쌈박질’에 대한 환멸이 더할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직접적으로는 정치인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유권자의 잘못은 더 크다. 유권자의 불쾌감쯤은 무시해도 될 만큼 선거판이 흘러왔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선거판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제대로된 선거판으로.

그런데 최근 오합지졸의 종결자 일본의 선거판에서조차도 ‘다름아닌’ 대학생 유권자들이 움직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름아닌’이라고 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본의 대학생은 정치무관심과 무정견(논뽀리:Non-Political)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일본의 미래가 어둡다는 탄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정견 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일본의 대학생 유권자들, 그들의 이름은 쉴즈이다. (SEALD’s:Student Emergency Action for Liberty and Democracy) . 영어말 방패에 해당하는 Shield와 일본말 발음이 같아 자유와 민주주의의 방패 또는 수호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쉴즈의 출발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2015년 6월과 9월 일본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가능성을 연 일련의 안보관련법을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강행통과하였다. 그러자 이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반부터 9시까지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금요시위’를 열고 있다. 그 시위는 기성 시민단체들의 시위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결연하지도 않다. 일상의 언어로 일련의 안보관련법이 왜 문제인지를 애기하고 편하게 피켓팅하고 샤우팅한다. 예를들어 기성 시민단체들이 ‘전쟁조장하는 안보관련법 반대’라고 피켓팅을 하였다면 이들의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적힌다, ‘허걱 웬 전쟁!!ㅋㅋㅋ’.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의 활동은 2015년 9월 하순 15만 군중으로 오합지졸 국회를 에워싸는 감동적인 집회로 발전하였다. 이들의 최근의 관심사는 국회의원 군기잡기이다. 동맹(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조장하는 법안을 강행통과한 국회의원을 뽑지 않기, 정책없이 갑질만 하는 국회의원 속아내기 등등.  

  그런데 이들의 이번 선거에 써 먹고 있는 국회의원 군기잡기는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대학생 유권자들이 그간 하여 왔던 낙천낙선운동을 수입한 것이란다. 대학생 유권자들의 적극적 선거참여는 선거 때마다 대학생 유권자 정책과 공약을 불러일으켰고, 반값등록금 등 대학의 이슈를 사회와 국가의 정책이슈로 승화시켰다. 가깝게는 등록금, 취업,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피폐화된 대학문화,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멀리는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의 죠지오웰법, 치킨 게임 중의 한반도.

국민주권 국가에서 선거의 권리는 개개 국회의원의 선택권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를 통한 국회구성권 등을 포함한다.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것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내가 행사한 한 표, 내가 포기한 한 표가 국회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까지를 판단할 것,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선거의 계절에 지성의 전당, 대학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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