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현행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체제를 폐지하는 이유와 국정화 추진 계획을 직접 설명하면서 이른바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20여 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지난 11월 3일 확정 고시를 강행했으며 지난 10일 총 75명의 집필진 후보군을 구성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정확한 응모 현황과 이를 토대로 한 집필진 선정 결과 등을 이달 20일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집필진 개개인의 신상은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1학기까지 현장 검토본 제작을 마쳐 2학기에 일부 학교에서 시범 수업을 진행한 뒤, 2017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여론은 단 한순간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지난 11월 8일~9일 한겨레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화에 대한 반대(55.3%) 여론이 찬성(36.6%)보다 높았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각종 단체들이 쉴 틈 없이 반대 시위를 했으며 대학생들과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생들까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고고학회를 비롯한 역사학자 등 수많은 전공자들도 국정화를 반대했으며 전국 80개가 넘는 대학에서 450명 이상의 역사 교수가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지난 11월 11일에는 ‘국정교과서가 교육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심판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반대 주장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국정화 찬성 집회, 즉 ‘반대를 반대하는’ 시위 역시 펼쳐졌다. 또한 지난 10월 28일 재보궐 선거 결과 새누리당 후보가 전국 24개 지역 중 15개 지역에서 당선된 것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당선자 수는 무소속 후보 당선자 수 보다 적은 2명인 점을 들며 “실질적인 투표에서는 왜 현재 여론이 영향을 미치지 않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본교에서도 다양한 반대 활동이 있었다. 사학과 학생회는 ‘반대 성명문 발표’, ‘반대 서명운동’ ‘국정화 반대 간담회 개최’ 등의 활동을 하였고 본교 교수 90인은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다. 변규덕 사학과 학생부회장은 “명확한 반대 입장이고 역사를 배운 학생들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전체 학우들의 의견을 취합하지는 않았으나 학생회 구성원 모두가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찬반에 대한 논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어느새 서로를 자극적인 말로 공격하는 ‘이념 대립’이 돼가고 있다. 본교 복기대 교수(52·융합고고학)는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측면은 퇴색되어 가고 점점 이념대립이 되고 있다”며 “교과서는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대로라면 새 역사교과서를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념적 잣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출판사가 아닌 국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국정 교과서는 수많은 집필진과 함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좋은 교과서로 편찬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충분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차근차근 신중히 일을 진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진행될 역사교과서 국정화, 양측은 더 이상의 극단적인 대립을 멈추고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문규  ansrbcjsw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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