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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다이닝, 그 후의 허무함

 최근 SNS를 통해 함께 밥을 먹는 ‘소셜다이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모임은 단순히 밥이나 차를 함께 마실 뿐만 아니라 취미 등 공통 관심사를 함께 하기도 하며 현재까지 1만 3,500개가 넘는 모임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다. 국내에서 처음 ‘소셜다이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소셜다이닝 업체 ‘집밥’은 개설 이후 2,800개가 넘는 모임이 이뤄졌고, 현재 진행 중인 모임도 약 130여 개에 이른다. 방문자 수는 7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이들은 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소셜다이닝’에 흥미를 느껴 집밥을 통해 직접 가 본 ‘홍대의 어느 작은 와인바. 안으로 들어서자 금요일 밤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분위기의 테이블과 함께 한 남성이 기자를 맞이했다. 자신을 ‘모모’라고 소개한 남성은 핸드폰으로 명단을 확인하며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36살의 모모씨는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하기 시작한 ‘집밥지기’가 어느새 370번 째라며 함께했던 사람들만 2000명이 넘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뒤이어 하나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모모씨는 “여자가 아니라 죄송하다”는 농담을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갔다. 와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두어 잔 마셨을 때쯤에는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눌 정도의 친밀함이 테이블에 퍼져있었다.
 와인모임에 참여한 11명 중 절반 이상이 소셜다이닝에 처음 참여했다는 사실과 함께 기자를 당황시킨 것은 참가자들의 나이였다. 기자 외의 참가자는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나이였다. 대학생이 어떻게 오게 됐냐는 질문에 기자는 망설임 끝에 ‘취재를 하러왔다고 하면 다들 불편할까봐 애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학보사임을 밝혔다. 그러자 35살의 회사원 주씨는 “대학생들이 10월 중순쯤에 한창 과제 등을 이유로 나왔다가 사라진다”며 씁쓸히 웃었다. 이어 모모씨는 “사실 외로운 현대 직장인들이 많이 나온다. 대학생들에겐 동아리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직장인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외로움에 동감된 기자는 준비한 카메라를 살며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와인바에서 함께한 공식적인 모임이 끝난 후 모두 근처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여담을 나눴다. 28살의 김씨는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함께한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 오늘이 처음이지만 좋은 경험인 것 같다”며 연신 웃었다. 학생이 돈이 어디 있느냐며 기자의 몫까지 사주는 사람들을 보며 많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쯤 시간이 늦어져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31살의 이씨는 떠나기 전 “사실 다음날 잘 들어갔느냐고 연락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다들 친한 친구처럼 놀지만 한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사는 곳, 직장이나 연락처 등은 밝히지 않은 채로 헤어졌다. 설사 밝힌다고 한들 초면이기 때문에 서로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이런 ‘일회성 만남’을 원하는 것은 그만큼 외롭다는 방증이 아닐까. 기자는 무언가 그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현대사회에 사람들은 학점, 취업, 야근 등 각자의 이유에 쫓기며 산다. 대학의 낭만은 사라졌고 직장인들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모두가 ‘위’만 보며 살기 바쁘며 ‘주위’나 ‘아래’를 살펴보지 못한다. 경쟁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그들은 ‘일회성 만남’임을 알고 그 끝에서는 허무함을 느끼지만 결국 다시 외로워져 참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쉬운 만남이 가능해졌지만 모순적으로 사람들은 더욱 ‘사람’을 그리워한다. 돌아오는 길 기자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이문규 기자  ansrbcjsw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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