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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다채로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 떠나라!’ 익숙한 카피 문구를 내건 여행 광고들은 우리에게 답답한 일상을 어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비단 여행 광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일상 탈출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제품을 홍보하고, 일탈을 꿈꾸는 가사를 담은 노래도 적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가두고 속박하는 울타리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지루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저마다의 탈출구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일상을 버틴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 그 탈출구는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이며,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쳐온 그곳에서 가로막힌 그들에겐 일상으로 돌아갈 용기도, 일상을 벗어날 출구도 없다. 그들은 결국 마지막 탈출구의 문을 열게 된다.
영화 컬러풀의 주인공 마코토 또한 일상으로부터 도망친 곳에서 죽음이라는 마지막 문을 연다. 무능력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외도, 무관심한 형과 학교에서의 따돌림, 그리고 짝사랑의 원조교제에 이르기까지. 마코토에게 일상이란 그야말로 캄캄한 어둠이다. 다시 살아난 기쁨도 잠시 마코토의 일상은 여전히 무채색이다. 마코토는 이러한 일상을 벗어나려 머리모양을 바꾸고 비싼 운동화를 사지만 연이은 시련에 좌절한다. 그런 그의 일상에 사오토메가 들어오면서 마코토의 하루하루는 점차 물들어간다.
32등 중 31. 사오토메는 평범하지만 다채롭다. 집안 환경이나 성적에 좌절하지도 않으며 탁구에 푹 빠졌다가도 지금은 없어진 옛것에 흥미를 가지기도 한다. 따돌림을 당하는 마코토나 쇼코를 차별하지도 않는다. 마코토는 얼떨결에 사오토메의 다채로운 일상에 함께하게 된다. 이들은 없어진 전철 노선을 따라 걸으며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한다. 키누타선이 지나간 자리가 눈부시게 물드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운동화가 가득 찬 신발가게처럼 마코토의 일상도 반짝인다. 성적표도 집안도 화려하지 않은 이들에게 지친 하루를 컬러풀하게 만들어 주는 건 편의점 앞에서 나눠먹던 치킨과 호빵처럼 사소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마코토는 여전히 무채색이다. 엄마의 외도를 용서할 수 없고 가족들의 친절은 가식으로 다가온다. 그런 마코토와 가족들은 변화하게 되고, 그 작은 변화는 관심대화에서 시작된다. 이는 일상에서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사소한 것임과 동시에, 그간 마코토의 일상에서 가장 크게 결여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같이 낚시를 가고, 어머니의 속사정을 전해 듣고, 형의 진심을 느낀 후에야 마코토는 드디어 눈물의 고백을 쏟아낸다. 그렇게 마코토와 가족들의 일상은 특별할 것 없는 전골 한 그릇에 서서히 다채로워 지는 것이다.
일상의 가치는 일상 속에 있다. 단지 그 일상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사소해 발견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똑같은 하루여도 흑백이 될 수도, 혹은 컬러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바꾸는 건 우리의 몫이다. 수면 위로 나아가는 말인가, 하늘로 날아가는 말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끝에는 천사가 존재하며 그 천사는 우리의 일상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찾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컬러풀할 것이다.

문화살롱  inha@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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