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 크롤러’에는 특종이 되는 사건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언론 매체에 넘기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미디어와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사건과 화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특종을 위해 범죄현장을 조작하는 행동을 범하기까지 한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미치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한 개인의 도덕성 부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미디어와 시청자들이 그의 영상에 열광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과연 그러한 행동을 계속 해나갔을까?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도 연관이 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이다.

최근 본교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학교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출석 등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여름 계절학기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학생 7명이 학교 전산시스템을 해킹하고 자신들의 출석일수를 높이는 등 출석부를 조작한 것이다.

처음 이 소식을 일간지를 통해 접했을 때, 필자가 1년 전에 썼던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관련한 기사가 생각났다. 당시 정계는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시끄러웠고, 언론계는 ‘김영란 법’으로, 대학가는 단체 컨닝 문제들이 부각될 시기였다. 당시 필자는 기사를 쓰며 사회 전반에 걸쳐 결과주의와 권모술수가 만연해 있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본 사건이 필자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났고 그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또 한 번 크게 실망했다. 기존 언론에서 도덕적 해이와 관련한 기사를 연이어 내보내며 문제점들을 꼬집었음에도 기본적으로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들이 지성인들이 모였다고도 볼 수 있는 대학교에서마저 반복되는 것일까. 과정보다는 결과주의가 팽배한 사회의 단면은 아닐까. 일각에서는 이러한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벌백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그러한 문제들을 너무나 당연시 수용하고 있는 우리들이다.

불법을 저질러도, 불법로비를 통해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도 용서되는 사회, 그리고 용서를 넘어 그것이 출세의 보증수표처럼 된 사회에서 우리는 그것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사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한 대가는 이러한 도덕의식의 부재와 그로인한 괴물들의 출현이다. 이제는 그 연쇄를 끊어야 할 때다. 적어도 대학에서만큼은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