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는 익명성이 증폭하는 시대이고, 그런 만큼이나 신뢰의 가치가 중요하다. 신뢰는 인간의 윤리적 사유와 실천에서 배양되고 성숙한다. 그런데 최근 실상은 어떠한가? 윤리 함양의 덕목보다는 경제적 이익과 이를 얻기 위한 경쟁 전략만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시대의 정신적 상황’의 위기를 진단하는 야스퍼스나 하버마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람은  위축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지금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고, 대학의 공동체정신은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가? 학생과 교직원 모두 이 물음을 ‘대학의 윤리강령’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던지고, 답해야 한다. 그 시작은 역시 교수를 포함하는 교원이 아닌가 싶다. 교원의 윤리강령 내용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중요한 몇가지를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원은 진리 탐구의 가치를 체화하고 창조적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표절하지 않아야 함을 물론이고, 진리 탐구의 자유와 학문 연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둘째, 교원은 무엇보다 교육자임을 깨닫고 학생을 최선을 다하여 가르쳐야 한다. 교원은 학생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학생 평가에 공정해야 하며, 학생의 학문적 보조의 학문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셋째, 교원은 대학의 명예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교원은 진리 탐구의 자유를 제약받지 않는 한에서는 대학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직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교원은 해당 대학 밖의 외부활동을 수행하려 할 때 학내에서의 의무와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넷째, 교원은 학문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연구를 존중해야 하며, 업적을 평가할 때 공정해야 한다.
 다섯째, 교원은 지식인 시민으로서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밝힐 수 있지만 학자로서의 품위와 양식을 상실하지 않도록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하고, 개인적인 주장을 밝히고 행동할 때 대학과 부설 기관을 자의적으로 대표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교원의 윤리강령이 제정되는 것을 넘어, 각 교원이 실천해야 하는 것이 윤리의 본질이며 실체이다.
 우리는 대학구성원에서 직원의 역할이 중대함을 깨달아야 한다. 직원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서 직시하고, 그리하여 그들이 자발적으로 대학의 윤리적 혁신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들 역시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의 당당한 또 하나의 스승임을 대학구성원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인정과 각성만큼이나 직원들 스스로 수동적 관료주의 틀에서 벗어나서 능동적 윤리적 실천인이 될 것이다. 직원 윤리강령을 기대한다.  
 우리는 학생 윤리강령 제정도 기대한다. 학생들 스스로 대학의 윤리적 패러다임 전환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긍정적 혁신운동을 전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학생운동은 권위주의를 부정하는 맥락에서 그 가치를 우리는 인정하는 한편, 이제는 긍정적인 윤리운동이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서는 “표절 없는 과제물” 제출을 위해 “윤리적 글쓰기 서약”을 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인용 출처 밝히기, 짜깁기 하지 않기, 실험조사 데이터 조작하지 않기, 과제물을 사고 팔지 않기, 공동과제에 무임승차하지 않기, 다른 수업에 제출한 과제물을 다시 제출하지 않기 등이었다.
 윤리 실천이 윤리적 글쓰기 서약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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