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음식물 쓰레기와 발우 공양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는 조리한 음식의 4분의 1이 쓰레기가 된다고 한다. 1년에 전국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8톤 트럭 68만 대 분량으로 이를 일렬로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8번을 왕복하는 길이가 되고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8조원이나 된다고 한다(15조원으로 추산하는 전문가도 있다). 줄잡아 우리 나라 1년 예산의 1할 가량 되는 돈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셈이다.
 낭비도 낭비지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굶주리는 사람들, 영양 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데--유엔 농업식량 기구는 현재 전세계 기아 인구를 8억 명으로 추산한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버리느라 주체를 하지 못하니 정말 죄스러운 일이다.
 대학 앞에 제일 흔한 것이 식당과 술집이라 대학가는 음식물 쓰레기 최대 배출 지역의 하나가 되었고 학교 식당에서도 잔반을 줄이기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듯하다. 교직원 식당에서 배식 받을 때, 남길 성싶은 밥이나 반찬을 덜어달라고 부탁하면 오히려 귀찮아하는 내색이다.
 예전에 농사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쌀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여든 여덟 번 공이 든다며 한 톨이라도 소홀히 하지 못하게 했고 그분들께 교육받고 자란 세대만 해도 밥을 함부로 버리면 벌을 받는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농경 사회의 기억이 희미해진 데다가 풍요 속에 자라난 젊은 세대, 바야흐로 비만과의 전쟁이니 다이어트니 하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가 된 이들에게 먹거리는 더 이상 아무런 외경이나 조심스러움을 자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벼농사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쌀에 대해서만 각별한 느낌을 갖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 가운데 사람들의 땀방울이 배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생선 한 토막, 나물 한 점 모두가 비지땀과 허리 뻐근한 노동의 결과일 것이다.
불가에는 발우 공양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한 끼 식사에 담긴 자연의 혜택, 그 음식을 거두느라 수고한 손길에 감사함을 담아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우고 빈 그릇에 물을 부어 설거지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는 의식이다.
 여느 사람이 속세에서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렵겠지만 발우 공양을 할 때 외운다는 주문, 즉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하는 말을 매끼 식사 전에 마음속에 새겨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번거롭지만 학교 식당에서부터라도 잔반을 줄이는 시도를 해보았으면 한다.
 양을 일률적으로 담지 말고 작은 그릇, 큰 그릇으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식후에 자기가 남긴 잔반의 양을 체크해보는 체험 행사 같은 것을 벌여보면 어떨까? 일반 식당에서도 손이 안 갈 것 같은 반찬은 돌려보내거나 덜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풍성하게 장만하고 대접하는 우리의 오랜 식문화와 관련 있으니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무슨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할 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 직장, 가정에서부터 조금씩 지혜를 모으고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하대 신문사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