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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부추기기, 달관세대
 지난해 외국체류중에 푹 빠져 보았던 드라마 두편이 있었다. 재미있는 회차는 두 번씩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시간에 여유가 있는데다 타향살이 향수도 겹쳤던 것 같다. 다름 아닌 천송이 코트로 난리가 난 별에서 온 그대와, 장그래가 나오는 미생이었다.
 별그대는 로맨틱 판타지로 러브스토리의 결정판이다. 주인공인 천송이는 톱스타가 엉성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쾌감을, 상대역인 도민준은 업그레이드된 백마 탄 왕자님, 배우자에 대한 환상을 선사한다. 여기에 감칠맛 나는 조연과 섬뜩한 스릴러가 가미된 스토리라인이 흥미를 더한다. 단, 도민준이 인천대학 교수라는 점이 아쉽긴 했었다.
 미생은 이와는 정반대로 취업에 목마른 인턴지망생의 좌충우돌 성공담이다. 주인공인 장그래는 스펙 하나 없는 고졸 신입사원이다. 주변 인물은 주인공만큼이나 좌충우돌하는 오과장, 윗상사와 주위 동료 눈치속에 묵묵히 일하는 지방대출신 김대리, 워킹맘의 비애 선차장, 감초 역할의 입사동기 한상률... 흔한 직장인 이야기이다. 내 기억의 시계를 직장에 입사했었던 20년전으로 되돌려준 드라마였다. 
 두 드라마가 상극인 것 같지만 201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요는 고단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나타내느냐, 그 반대로 도피처를 제공하느냐 인 것 같다. 누구 말대로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드라마 때문에 현실의 삶이 더 고달파진다는 점이 문제이다.
 TV를 끄고 주위를 보면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목을 메고 있다. 스펙 때문에 포강, 졸업연기, 인턴, 휴학을 택한다. 바둑지망생이었던 장그래가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눈물을 삼킨 것처럼, 회계사시험에 실패한 친구는 공채시험에 합격하고도 스펙이 없다고 최종면접에서 미끄러지고 있다. 중학교에 간지 두 달이 된 아들 왈, “스펙이 없으면 좋은 고교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대학도 사정관 전형에서 학생들의 봉사활동, 스펙을 보고 있으니, 뭘 바라겠느냐마는... 
 재취업을 준비중인 03학번 졸업생은 주위에 독신을 결심한 친구가 제법 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30대 중반에야 결혼 여건이 되는데, 드라마 왕자님 덕에 배우자의 눈이 높아지고 전세값도 올라 결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 교육비도 문제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가방가격이 60만원대를 넘는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하나뿐이 내 아이, 손주에게 몇 만원짜리 마트표 가방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학원은 자꾸 고급화한다. 학원명에 좋다는 외래어와 강남지역 명칭은 다 사용된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키운 아이가, 우리대학 졸업생이 맞이할 현실은 장그래 같은 취업문턱, 30대 독신이 아닌가? 신부감은 왕자님을, 그리고 왕자가 되기 어려운 비정규직 남편감은 홀로 지내는 미래 말이다. 모 신문에 이들을 달관(達觀)세대라고 한 기사를 보았다. 어불성설이다. 인생을 다 살아도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달관 아닌가? 저출산으로 아이가 주니 학용품의 고급화를, 내수부진으로 수요가 줄자 양극화를 기화로 고소득층용 명품상품을 출시하고, tv광고로 끊임없이 소비자간 경쟁을 부추겨 이윤을 유지하겠다는 상술은 수면아래 잠겨있다. 내 아이라도 성공시키겠다는 몸부림이 청년들을 끝없는 경쟁에 몰아넣고, 대학교육은 이런 세태에서 표류하고...이렇게 계속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누구도 선뜻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한재준 교수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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