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콘텐츠의 선정성과 폭력성과 관련해서 엄격한 잣대로 심사 한다. 실제로 걸그룹들의 무대의상이나 춤 동작이나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춤이나 노래의 가사가 방송금지 판정을 받는 경우가 빈번히 있어 왔다.
 이러한 심의와 규제를 하는 이유는 아직 확고한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성년자들이 음란물과 폭력적인 영상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심의규정이 모호하기 그지없다. 일례로 최근 종영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경연곡 중 일부는 욕설이 많이 담겨 있음에도 전체 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심의규정의 원인에는 애매한 방통심의위 규정이 한 몫 했다. 방통위 규정에는 단순히 ‘지나치게 ~하지 말 것’이라는 식의 불분명한 규제만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한 심의를 보고 있자면, 과연 심의가 필요한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10년 전통 인기 프로그램은 섹스와 마약을 주제로 해 네 명의 호스트가 직접 모든 것을 체험하는 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2월, SBS ‘쇼에게 세상을 묻다’에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일부 영상에서는 세 명의 일반인 남자 출연자는 신체 콤플렉스 상담을 위해 알몸으로 스튜디오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공영방송 같았으면 섹스나 마약은 구두로도 언급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박찬욱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해외 많은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간섭이 있는 영화제라면 누가 가려고 하느냐”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화제인 칸에서 입지를 다진 그의 이같은 말은 아직은 한국사회가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방송통심위의 잣대는 보수적이다 못해 고전적이기 까지 하다. 우리는 더 이상은 아날로그 시절의 국민이 아님을 방통심의위는 명심해줬으면 한다.

김성욱 기자  journalist_u@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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