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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에 독립을 외치다, 독립출판전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

 지난 2월 2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립출판 특별전시회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독립출판사 계간 <GRAPHIC>의 주관으로 개최돼 400여 종에 600여 권에 이르는 독립출판 서적이 전시됐다. 여러 매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전시회라고 보도했고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대형 서점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책들이 가득해 재밌었다는 호평을 남겼다. 이에 필자도 호기심이 생겨 지난달 29일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

독립출판, 너 누구니?
 도서관에 막 도착해 독립출판 전시회를 보러왔다고 보낸 필자의 메세지에 친구는 되물었다. ‘독립출판? 독립신문 같은 것 전시하고 그러는거야?’ 독립신문도 독립출판물의 범주에 속하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친구는 최근의 ‘독립출판’에 대해서 모르는 눈치였다. 아마도 ‘독립’이란 단어가 들어간 탓인 것 같았다.
 1인출판, 자가출판, 셀프 퍼블리싱(Self-Publishing)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독립출판이란 대형 출판사로부터 ‘독립’한 출판물들을 가르킨다. 즉 개인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힘으로부터 벗어나 유통, 편집, 디자인 제작 등의 과정을 스스로 거쳐 만들고 싶은 책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독립출판물들은 기존의 서점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들을 주제로 삼아 창의적인 목소리를 배출하는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독특하고 개성 있는 형태의 외관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인기를 끈다.

가장 큰 도서관에서 만난 작은 책들의 이야기
 디지털도서관 전시실 앞에는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와 함께 책 분류 알림표가 붙어있었다. 그런데 분류 기준이 여느 도서관의 것과는 달리 조금 생소했다. 총류(00), 예술(10), 문학(20), 사진(30), 디자인(40)…사회(80), 유스컬쳐(90)로 세분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 이름에 포함된 열람실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누구든 쉽게 원하는 책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본교 강의실보다 작은 크기의 전시실 안에는 이미 많은 수의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들 자유롭게 전시된 출판물을 읽고 있었다. 전시실 한 구석에 자리를 잡은 큐레이터 또한 커피를 마시는 관람객에게도, 찰칵 소리를 내며 출판물 사진을 찍는 관람객에게도 특별한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마치 북카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김지혜(직장인·28세)씨는 “페이스북에서 계간 GRAPHIC을 팔로잉 해놓았는데 이런 전시회를 주관한다고 해서 방문하게 됐다”며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 중이라 같은 주제라도 독특하고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표현한 출판물들을 보니 신선한 자극이 됐다”고 전했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가득한 전시실 내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출판물들의 자유롭고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특히 일러스트와 만화, 유스컬쳐로 분류된 출판물들의 디자인이 독특했다. 출판물의 크기도 필자의 손바닥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신문보다 큰 크기의 잡지까지 다양했다. 그 다양함에 어떤 책을 먼저 봐야하나 고민하던 필자의 눈에 지퍼백에 담긴 잡지가 들어왔다. 호기심에 집어 들어 표지를 살펴보니 ‘진짜 냄새나는 잡지’라고 적혀있었다. 그 잡지의 주제는 ‘살냄새’였는데 밀봉돼있는 것을 열어 펼치니 향기가 퍼졌다. 잡지의 내용도 주제에 충실하게 정육점 사장님 인터뷰, 목욕관리사 이야기 등 살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그런 구성을 가진 잡지는 처음 보는지라 신선했고, 책장을 팔랑거리며 넘길 때마다 코끝에 퍼지는 향기가 기분을 좋게 했다.
 ‘너업시’라는 시집도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제목에 오타가 난 줄 알았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사랑에 관한  시집이었다. 총 3부로 구성돼 있었는데 잃어버린 사랑, 헤어진 연인에 관한 시로 구성된 1부의 제목은 ‘너업시’, 새로운 연인에 대한 넘치는 마음을 표현한 시로 구성된 2부의 제목은 ‘너있시’, 다시 잃어버린 사랑과 짝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3부의 제목은 ‘다시업시’였다. 독립출판물답게 책 맨 뒷장에 표기된 지은이, 펴낸이, 편집, 디자인, 펴낸 곳 등에 모두 한 사람의 이름과 SNS 주소가 적혀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 종종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만들었나보다’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책들도 있었다. 일러스트 쪽에 전시된 ‘스팸선물세트’가 대표적인 예였다. 외관이 문구점에서 파는 노트보다 얇아 보여 어떤 내용이 담긴 출판물인지 궁금했는데 펼쳐보니 한 개의 스팸이냐 여러 개의 스팸이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두 스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다소 황당함과 동시에 그 발상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책도 신선했다. 책의 내용은 내내 고칼로리 음식을 소개하고, 뷔페에서 알차게 먹는 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삽입된 일러스트들은 모두 식욕감퇴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형태가 아닌 박스 모양으로 존재하는 출판물도 눈에 띄었다. ‘다녀왔어 부산’이라고 적혀있는 박스를 조심스레 열어보니 부산에서 찍은 사진, 그 곳에서 쓴 글들이 엽서 모양으로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한편 가장 흥미로웠던 출판물들은 유스컬쳐로 분류된 잡지들이었다. ‘Headache’과 ‘월간잉여’ 같은 잡지들은 20·30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에 대해 솔직히 표현하고 있었는데, 글과 일러스트에서 표현하는 무기력함, 골치아픔, 짜증 등의 감정들이 공감돼 재미있었다. 마름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을 담은 ‘66100’ 같은 잡지도 많은 사람들이 펼쳐보는 출판물 중 하나였다.
 
인천의 독립출판서점 ‘북앤필름스토리’
 그렇게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니 필자는 독립출판서점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독립출판서점은 서울에 위치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방문하기 힘든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쉬운 마음에 필자가 거주하는 인천에는 없을까싶어 알아보니 동인천 ‘배다리’에 독립출판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직접 방문해보니 해당 서점이 위치한 가게는 배다리안내소에서 관리하는 ‘요일가게 다 괜찮아’라는 곳으로 매일 주인이 바뀌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본인을 ‘청산별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던 배다리안내소 매니저는 “지난해 11월부터 독립출판서점이 문을 열었다”며 “배다리안내소에서 독립출판 책들을 판매하려던 차에 해당 서점의 주인과 연이 닿아 요일가게를 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출판서점은 매주 토요일에만 문을 연다는 말을 해줬다. 미리 알았더라면 주말에 방문했을 터인데 사전정보가 부족해 목요일에 방문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날은 ‘작은 숲 여행카페’가 운영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게 안에 진열된 독립출판물들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는 있다고 했다.
 가게에 들어가 살펴보니 독립출판서적들은 따뜻한 느낌의 조명 아래에서 다른 여러 잡화들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 전시회에서 본 책도 여러 권 있었고, 처음 보는 책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평소 좋아하던 ‘사하라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해당 책은 중국의 여성작가 싼마오의 작품으로 작가가 남편 호세와 함께 사하라 사막에서 보낸 신혼생활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독립출판물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것이라 놀라웠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는 독립출판물에 대해 비주류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언론, 기존의 출판시장이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어쩌면 개성있는 독립출판물의 약진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먼저 재정적 기반이 약해 활발한 유통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결해야할 것이다. 독립출판이 더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강기쁨 기자  glee9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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