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시선, 성희롱·해고 협박, 경제적 어려움 노출돼
전문가,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 인식 바꿔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국에서 미혼모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이에 최근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는 미혼모를 다룬 기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혼모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가진 여성을 말한다. 실제로 미혼모는 우리 사회에서 입양 대신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결심하는 순간, 수많은 벽과 맞닥뜨리게 된다.
 미혼모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차가운 시선과 그에 따른 차별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혼모 차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4.5%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인식 부족 문제는 언론이 조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1년간 방영된 지상파 방송 메인 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 미혼모 관련 보도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며 비판했다. 위 기관에 따르면, 지상파 3사 뉴스가 보도한 미혼모 관련 뉴스는 모두 미혼모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 SBS의 경우, ‘미혼모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아이를 유기하면 그 아이들은 모두 해외입양을 간다’는 잘못된 정보를 담았다.
 미혼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성희롱과 해고 협박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례로 한 미혼모는 직장에서 미혼모라는 사실을 밝힌 뒤로 밤늦게 고용주와 동료들에게 “술 한 잔 하자. 남편이 있냐, 뭐가 있냐”는 식의 연락을 받는 것은 물론 사소한 실수만 해도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관계자는 “성희롱을 당한 미혼모는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며 호소했다.
 또한 미혼모 관련 문제 중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한국여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96명 가운데 직업이 있는 응답자는 51%로 이 중 정규직은 30%에 불과했다. 또한 무려 84%가 매월 100만 원 미만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2만7,417원)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빚을 가진 경우도 59.4%나 됐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전체 응답한 미혼모 중 40%가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국내에는 개별 인권 상황을 보호하기 위해 ‘연령차별금지법’ 등의 법이 제정돼 해당 차별 사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혼모와 같이 특수한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을 보호하는 법규는 없어 사실상 미혼모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외에도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때와 시설에 맡길 때 발생하는 정부 지원의 차이는 미혼모 관련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양육미혼모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아동 양육비는 월 최대 15만 원이지만 아이가 엄마의 품을 떠나 보육원 등 아동 양육 시설에 맡겨지면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지원된다. 이에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관계자는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면 지원이 없는 반면, 버려진 아이를 대신 키우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아이 버리기를 부추기는 사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도가 마련돼 미혼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은 국내와 사정이 다르다.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통해 미혼모를 비롯한 비혼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해 세금과 사회보장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미혼모 아이들은 개인의 책임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다. 우리나라 역시 출산율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바꿔 그들이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한다”고 전했다.

강지혜 기자  jj030715@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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