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좋아했던 것이 현재는 시들해지고, 그때는 뭐가 좋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밤을 새가며 읽던 책이나 영화도 지금다시 보려고 한다면 그 당시의 열정을 반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와 반대도 있다. 어릴 때 싫어했던 샐러드나 매운 음식이 성인이 돼서 즐기는 음식이 되는 것과 같이 싫어했던 무언가가 좋아지는 경험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살아가며 쌓인 습관이나 경험이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분리시켜놓은 것이다.
최근 필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중 ‘보노보노’가 있다.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항상 물음표를 달고 사는 아기 해달 보노보노에 대한 만화영화다. 마지막화에서 보노보노는 ‘왜 즐거운 일은 끝나는 것인지’하고 고뇌한다. 세상에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즐거운 일이 왜 계속되지 않는 건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보노보노의 의문에 야옹이형은 ‘해가 지고, 밤이 오고 그리고 또 해가 뜨고 아침이 오듯이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끝내기 위해서 즐거운 일도 끝내는 거란다. 해가 뜨고 지듯이, 즐거운 일도 시작되고 또 끝나는 거란 말이야’란 말을 한다. 즐거운 일이 계속된다면 그 일은 즐거운 일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밤이 와야 새벽이 오고, 새벽이 와야 아침에 도달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던 만화영화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지만, 성인이 돼 우연히 다시 보게 되니 느끼는 바가 달랐다. 지금 당신의 인생이 힘들지라도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올 것이고, 즐거운 일일 지라도 힘든 일이 닥치기 마련이다. 인생지마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을 한 편의 만화영화에서 느껴 기분이 남달랐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의 순리대로 즐거운 일과 힘든 일이 교차되긴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그 순리도 더딜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의 경우 지난해-사실 지난해뿐만 아닌 그보다 더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학제개편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매년 학제개편이 화두에 떠오르는데, 과거의 독단적인 모습들을 교훈삼아 진심으로 학우들을 위한 소통으로 진행해야할 것이다. 학우들도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자신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밤에서 탈출해 햇빛을 보는 날을 기대한다.
스카치테이프로 접착테이프계를 평정했던 ‘3M’도, 실수를 통해 포스트잇을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3M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이 오면 새벽이 온다. 길을 걷다 돌이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걸림돌이고, 누군가에게는 디딤돌이 될 터이다. 장애물이 있어도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고 다시 길을 걸어야 한다. 새벽을 향해 꾸준히 걷는 자만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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