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동구 배다리 삼거리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함성 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이날 인천 동구는 제96주년 3·1절을 맞아 창영초등학교(이하 창영초)에서 기념식과 함께 만세운동을 재연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창영초는 지난 1919년 3월 1일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독립선언문 낭독으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이 확산돼 가는 과정에서 인천지역 최초로 3·1 독립운동을 시작한 역사적 장소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 당시 인천 지역의 유일한 공립보통학교로 당시 고학년 학생들이 항일 동맹휴학을 일으키고 거리로 나와 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념식은 광복회원, 보훈 및 주요사회단체장 등 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의례와 독립선언서 낭독, 기념사, 3·1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등의 순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흥수 구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3·1운동의 정신이 우리 동구에서 시작돼 인천 전역으로 전파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오늘 기념식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3·1운동 정신과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계승해 ‘역사의 숨결, 문화도시 인천 동구’ 건설의 원대한 희망을 키우고 열정을 쏟아 나가자”고 말했다.
 기념식 후에는 행사 참여자들과 다함께 창영초부터 배다리삼거리를 거쳐 동인천 북광장까지 걸으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차량 진입이 통제된 거리에서 태극기를 손에 쥔 채 행진을 벌이는 동구 주민들의 모습은 자못 비장해, 마치 96년 전 그날의 현장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약 1km 정도의 거리를 걷는 내내 동구 주민들은 쌀쌀한 날씨에 굴하지 않고 입을 모아 독립을 외쳤다. 또한 행진 대열 앞쪽에서는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으신 어르신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쉬지 않고 가슴 벅찬 표정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발맞춰 걸으며 사진을 찍던 기자도 덩달아 가슴이 울컥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한 동구 주민은 “지난 2011년 행사가 생긴 이후로 매년 3·1절이면 참가하고 있다. 동구 주민이라면 모두 이 행사를 알고 있다”고 행사 참여 계기를 밝히며, “행진을 하면 유관순 열사의 마음을 되새기게 된다”는 감상을 전했다. 더불어 목숨을 걸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선조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집에 돌아가 마주한 현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수의 태극기가 달려있는 아파트 단지였다. 부끄럽지만 기자의 집에도 태극기가 없었다. 내년에는 기자의 집을 포함한 더 많은 곳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를 바라는 바다.

강기쁨 기자  glee9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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