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난 2003년 2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으로 인한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온라인서점은 한해 출간 1년 이내의 서적을 신간으로 분류해 10%가격할인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출간된 지 1년이 넘은 책들은 서점에서 자율적으로 할인 폭을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모든 도서를 종류에 관계없이 정가의 10%가격할인에 간접 할인을 5%까지, 최대 15%의 할인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약 2주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 찬반논란이 뜨겁다.

Inha View
 “도서정가제에 대해 찬성한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데, 동네 경제 활성화와 지역상생의 측면에서 도서정가제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 폭을 규정해 동네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합리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도서 가격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할인율을 고려하여 책값을 설정했지만 정가제 도입으로 실질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책값을 설정하게 만든다” 김종범(23)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 도서정가제는 먼저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지게 해 결과적으로 수요가 줄어 오히려 서점과 출판업계가 더 불황을 겪게 만들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도 낮은 독서량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도서관같이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곳들은 비용 상승으로 인해 도서구입여력이 줄고, 그만큼 인기 많은 책으로의 구매 편중이 우려된다” 고은비(21)

Focus
 도서정가제는 무너져가는 출반시장의 기반을 살리고 동네 서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이미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다수 출판 선진국에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사례로 들며 출판시장의 기반인 오프라인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제2의 단통법’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약 2주가 지난 지금도 얼어붙은 출판시장이 해동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책들을 정가에 구입하게 되니 이전에는 무한정 할인받을 수 있는 도서도 모두 정가에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다.
 일각에서는 유통비가 적게 드는 인터넷몰이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이 똑같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서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서관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한정된 예산 내에서 도서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구입 도서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서적 위주로 도서를 구입하는 공공도서관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정가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본 취지에 부합하려면 모든 도서의 가격거품을 뺀 정가책정이 필요하다. 출판사에서는 높은 할인율 경쟁으로 인해 이미 할인을 감안한 정가를 책정해 도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할인가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 그만큼 도서 정가도 더 낮춰질 것이라 전망한다.
 시행 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도서정가제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우려했던 대규모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지 약 2주가 지난 지금 온라인서점은 가격 할인 대신 마케팅을 강화하고, 출판사는 제작단가를 낮추는 등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와 유통사가 도서정가제를 자신의 이득에 맞게 적절히 활용한다면 사회에 안착할 것이다.

김현수 기자  hoho3008@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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