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부담 여전… 대폭 보완해야

법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지난달 1일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불어 닥친 이른바 ‘아이폰6 대란’으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개정 및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단통법은 불법보조금 차별을 잡아 이동통신 시장을 정상화시켜, 통신비 부담을 낮추고자 제정된 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단말기 시장은 언제, 어디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10만 원대, 100만 원대에 구매하는 등 구매자 간 차별이 컸다. 이를 보완하고자 시행된 단통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안인가’,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 등 수많은 비난여론 속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6의 국내 상륙과 동시에 단통법의 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아이폰6는 지난달 1일 서울의 일부 판매점을 중심으로 과도한 페이백(소비자들에게 공시된 가격으로 일단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보조금 차액만큼 다시 되돌려 주는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2일 16GB 모델이 10~20만 원대에 판매됐고, 급기야 공짜 판매 소문까지 돌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이에 지난달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대리점 및 판매점에 과태료 부과, 형사고발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제재 예고가 나가자, 각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은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아이폰6의 개통취소 및 판매기기 회수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현재 단통법 시행 60일이 지나며 시행 초기에 비해 휴대폰 보조금은 늘어나고 일부 휴대폰 가격은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고 이동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씨(대학생?20대)는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가격을 비교해가며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값비싼 가격이라 휴대폰 구매하기가 부담이 된다”며 “이 때문에 해외직구를 찾아보는 지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판매업체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단통법 중단 촉구결의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통신업체가 고가의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데 비해, 유통매장에서는 낮은 보조금으로 소비자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충현 협회장은 “정부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단통법을 졸속으로 만들어, 이용자 차별과 시장 안전화는 커녕 국민과 통신업 종사자에게 고통과 혼란만 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본지가 확인한 결과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하 안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한다. 첫째로 분리공시제도의 도입이다. 최소한의 지원금과 관련한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의 단말기 장려금의 내역을 정확히 공개함으로써 단말기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의 차별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의 필요성이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차별취급에 관해서는 현재로서 규제입법이 없으므로 관련 규제를 신설해 소비자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본요금제의 폐지 및 축소다. 요금제별 보조금 차별로 저가요금제 가입자는 보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터무니없이 값비싼 정액제 요금 또한 낮춘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반값 단말기의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단말기 가격의 거품 제거와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책 및 법 개정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사무처장은 “독과점시장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에서 단말기유통법의 개정과 보완을 통해 단말기가격 및 요금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인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당국은 개선책에 따라 통신비 인하 정책과 법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주연 기자  j0304@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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