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역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이르는 450m 구간이 만화와 함께 하는 유쾌한 거리로 변신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명동 일대 거리를 지역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미래의 성장 동력인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중요한 문화콘텐츠인 만화 요소를 접목해 개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히며 추진됐다. 이에 따라 대형건물 벽면, 옹벽은 물론 전봇대 지주나 낡은 계단에 국내 만화작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채워지며 국내 최대 만화의 거리 ‘재미로’가 탄생했다. 재미로는 명동역 인근 5군데에 설치된 만화문화정류장, 두 만화가를 대결구도로 설정해 소개한 만화삼거리, 시민의 사연을 기고받아 만화가가 직접 벽면에 그린 그림을 게재한 사연우체국, 각종 만화 및 웹툰 작가들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작가들이 직접 만화 작업도 하는 다목적문화시설 ‘재미랑’ 등 가까운 거리에서 만화를 접하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로 이뤄져 있다.
 지난 19일 직접 방문한 명동 만화의 거리는 마치 대학로의 벽화마을을 연상케 하듯 곳곳에서 다양한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안겼다. 명동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상상공원’은 재미로의 시작점으로,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화 ‘궁’의 이미지들이 천장에 새겨져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쭉 걸으며 만화가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듯 벽 곳곳, 길가 여기저기에 숨겨진 캐릭터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남산동 공영주자창 앞에 놓여진 ‘달려라 하니’ 속 캐릭터들이 유독 반가웠다. 재미랑에 도착하니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요즘 드라마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미생’의 전시도 볼 수 있다는 글을 읽었던 터라 내심 기대했지만 객원 전시라 이미 전시가 종료됐다고 해 아쉬움이 남았다. 또 각 층 벽마다 만화가들이 적은 메시지도 볼 수 있었는데, ‘늙지 않는 동네, 재미랑’이라는 문구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만화를 위한, 만화에 의한 공간답게 만화책으로 가득 찬 작은 도서관도 마련돼 있었고, 실제 만화가들이 작업하는 모습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오직 한국 만화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한국 만화들만으로 채워진 만큼, 만화 거리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만화라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가 지닌 무한한 상상력이 모두의 추억과 동심을 자극하며 수많은 유동인구가 거치는 서울의 랜드마크 명동과 더불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길 바란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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