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최근 20대 청년 최 씨가 자택에 침입한 50대 절도범 김 씨를 빨래 건조대로 내리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한편, 지난 12일 열렸던 2심 공판에서 최 씨의 변호인은 절도범이 평소 중증 뇌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어 자택에 무단 침입해 폭력을 행사하던 이웃을 흉기로 찌른 50대 남성도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정당방위’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Inha View
“내가 목숨의 위험을 느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자기방어가 정당방위이고, 그러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죽을 위기인데 눈에 보이는 게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의 범죄율이 높은 건 정당방위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 중에 나를 위협하는 상대를 아무런 상처 없이 무사히 제압해서 경찰에 넘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과잉처사가 나오더라도 정당방위가 인정됐으면 한다. 정당방위는 범죄가 줄어드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용하는 사람은 나중에 처벌할 수 있으니깐.” 박소연(20)


“그 상황에서 ‘과잉방어가 되지 않도록 이 정도만 때려야겠다’고 판단하고 방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도둑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죄책감을 갖고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되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 김서희(21)

Focus
형법 21조 1항에 의하면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부득이 행하는 가해 행위를 일컫는다. 반면 과잉방위란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위 행위는 있었으나, 그 방위행위가 상당성을 초과한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법 관련 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탓인지 단순히 두 낱말의 정의만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상당성이라는 것의 기준이 뭘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장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위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도 어려울 상황에서, 과연 내가 저지를 행동을 법 조항과 일일이 대조해가며 처벌을 받지 않을만한 ‘적법한’ 수준의 대처를 할 만큼 이성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동을 이성적이라는 평범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주거 침입의 경우에 총을 쏘는 행위를 방어로 보고 기소하지 않는 등 우리나라보다 정당방위를 보다 폭넓게 인정한다고 한다. 물론 미국이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이를 그대로 따라해 내 집에 들어온 괴한에게 총을 쏘는 것을 허가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개개인의 ‘안전성’을 중시하듯이, 우리의 ‘안전할 권리’ 또한 절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 측의 판결이 충돌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정당방위의 범위가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 재고해볼만한 것임은 분명하다. 세상에는 정직하게 법의 잣대로만 잘잘못을 가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수많은 위험의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내가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내가 위험에 놓인 나를 보호하고자 한 행동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과연 누가 나를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인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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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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