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 중량이 포장의 절반에도 못 미쳐
규제 존재하지만 피해가는 업체 많아 실효성 부족해

 최근 국내 과자업계의 과대포장 논란이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30일 SBS 보도에 따르면 과자 값이 최고 20%까지 인상됐지만, 겉포장만 커졌을 뿐 내용물은 전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월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국내 4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 20종의 포장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개 제품의 내용물 중량이 포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자 과대포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와 관련된 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환경부는 제과류의 포장 공간 비율을 20%, 봉지과자는 3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과대포장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적은 용량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묶음과자들의 경우 포장 내용물이 30ml, 30g 이하일 시 포장 공간 비율 산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포장보다 내용량이 턱없이 부족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늘어난 포장비용과 적은 용량에 비해 과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제과업계에서는 과대포장의 이유로 원재료 가격 인상과 제품 훼손 방지를 들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설탕, 원맥, 버터 등의 원재료 가격은 실제로 최근 3년간 10~42% 가량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백진주 컨슈머리서치 부장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과대포장은 의미가 없다”며 “제품 파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1차로 질소 포장을 하는데, 이를 다시 트레이와 종이박스에 담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분리수거에 공은 더 들고, 과대포장에 부담되는 비용으로 판매가가 높아지니까 이마저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러한 과대포장 논란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미국의 시리얼 제조업체 ‘맘 브랜즈’는 비닐과 박스의 이중포장에서 탈피해 박스포장을 제거한 상품을 출시했다. 외피 박스포장을 없앤 후 맘 브랜즈는 소비포장재 쓰레기 발생률을 70% 감소시킬 수 있었고, 연 매출액이 7% 상승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과대 포장된 상품을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판매업체 측에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며, 이를 거부하면 최소 2천 위안에서 최고 2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규정했다. 이에 최근에는 이와 같은 국내 과자 과대 포장 논란 속에서 수입 과자의 판매율은 도리어 상승하는 등 수입 과자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의 강력한 지도단속이 필요한 시점인 동시에 제과 업계 자체적으로도 가격인상과 과대 포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과대포장은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법의 시행과 관리를 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시가 필요하다. 또한 이를 어겼을 때의 과징금과 같은 페널티를 반드시 주고, 이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또한 기업은 기업 간의 연합 및 연계를 통해서 소비자로부터 소외 및 외면당하지 않도록 자율적인 스스로의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소비자는 시장의 감시를 통한 의사결정이 포함될 수 있는 활동과 역할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