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한 요건 1순위 ‘학벌’로 꼽혀
전문가 “학벌을 대신할 평가기준 마련 필요”

 지난 9월 KBS2 여유만만에서는 만 4살에 아이큐 210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김웅용 교수의 국내 취업 실패담에 대해 다뤘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김 교수는 8살에 나사(NASA)에 스카우트 됐을 정도로 우수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대학 졸업장이 없기 때문에 받아주는 연구소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학력을 증명할 수 없다면 국내 취업이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남녀 314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6.1%가 ‘학벌’을 1순위로 선택했다. 이에 비해 ‘지적능력’이나 ‘성실성’을 성공 요인으로 꼽은 비율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벌 중시 풍조의 주요 원인으로는 ‘학부모의 교육열’, ‘사회·경제적 보상에 대한 확신’, ‘연고주의’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벌주의는 학교 서열화의 문제를 야기한다.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이뤄지는 학교서열화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학교 순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대학 서열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학벌주의는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9월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평균 사교육비는 중학교의 경우 지난 2011년 314만 원, 지난 2012년 331만 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에만 매진하면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하기 쉽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학생들 개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성적을 올리려는 주입식 교육을 실시한 탓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자아정체감은 OECD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이는 우리나라 청소년은 꿈이 뚜렷하지 않거나 사회 통념적 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인천광역시 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학벌주의 때문에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로 인해 청소년 비행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학력인플레로 인한 청년실업 증가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012년에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노동시장에서 고졸은 부족한 반면 전문대 이상은 50만 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학진학률은 70%를 웃돌지만 대졸자를 받아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고착화된 것이다. 학연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직장인 류화성(42)씨는 “같은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 수행 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적인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벌에 대한 인식개선은 물론 학벌 대신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혜 기자  jj030715@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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