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발전 불균형 초래할 우려도 존재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해야…

 지난 9월 22일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고려대는 6개 학과 평가 부문 최우수 등급을 차지했다. 그러나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의 서열화와 기업화, 모든 대학에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들어 평가 자체를 거부했다. 고려대가 거부하면서 한양대,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등이 연이어 동참했다.
  대학평가는 언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고등교육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을 공통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2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대학평가인정제가 시행되고 있다. 언론사 중에서는 지난 1994년 중앙일보에서 가장 먼저 대학평가가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9년 조선일보가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공동으로 대학평가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동아일보도 실시했다. 지난 2010년부터 대학지속가능지수를 평가했던 경향신문은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이처럼 여론을 이끌어가는 주요 언론들이 매년 발표하는 대학평가 순위가 대학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감사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언론의 기본적인 매체 특성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홍보자료로 쓰인다”며 “언론사 대학평가 순위에 대해 말씀하시는 동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201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는 전국 대학총장 명의로 언론사 대학평가를 반대하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교협은 현재 언론사에서 시행 중인 대학평가는 양적 평가에 치중해 교육의 질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점평가방식을 채택해 어느 한 영역이 부족하더라도 특정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종적으로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어 평가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획일적인 평가 지표로 대학의 특성화를 저해한다고 밝혔다.
 각 언론사는 평가하는 항목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대학마다 언론이 평가하는 지표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평가 기준도 언론사마다 다르고, 각 대학 고유의 특성이나 비전,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학생들을 위한 대학 발전이 아닌 언론사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일부 항목에 치중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대교협 측은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전문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주요 언론사들이 평가 지표로 이용하고 있는 평판도 항목은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각 언론사마다 결과도 다르다. 지난해 조선일보 대학평가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순으로 대학평가 순위가 결정됐지만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포스텍 △카이스트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순으로 평가 순위가 매겨졌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김 모양(21)은 “언론사 대학평가는 신문마다 기준도 다르고 순위도 달라서 과연 공신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간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언론사에서 홍보비를 받고 더 좋은 평가를 해준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신문 광고를 포함해 대학들이 홍보에 쓰는 예산 규모는 엄청나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는, 지난 2012년(195개 대학) 1,160억 원, 지난해(194개 대학) 1,180억 원이다.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10년부터는 연간 홍보비가 1천억 원을 넘겼다.
 또한, 일반국민, 학생, 학부모, 기업, 정부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 명문대는 명문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학벌주의를 조장시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현행 평가제도는 대학의 특성화와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버렸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대교협 측은 “대학평가는 평가의 전문성 및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hoho3008@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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