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줄거리 :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 최근 그곳의 가장 큰 화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츠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그 안에는 ‘조제’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있었다. 츠네오는 웬일인지 자꾸 이 별나고 특별해 보이는 조제에게 끌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지며 사랑을 시작하는데…

지혜: 책에서는 조제의 환호성에서 시작돼. 신혼여행 겸 온 여행에서 처음 본 바다를 보고 흥분한 조제와, 그녀를 보며 흐뭇해하는 츠네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함께 둘이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시점이 돌아가.
다빈 : 역동적인 장면이 먼저 등장하는구나. 영화에서는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는 조제의 뒷모습이 먼저 등장해. 아침이 밝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요리를 하는 조제의 모습은 잔잔하고 조용하게 그려져.
지혜: 책 역시 마찬가지야. 조제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것에 기쁨을 느껴. 불편한 몸은 조제의 마음 속 자리잡은 열정을 가로막지 못해. 주로 책과 텔레비전을 보며 바깥 세상을 접하는데 그녀의 이름 조제 역시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 무엇이든지 스스로 선택하고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 인상깊었어.
다빈 : 한편 츠네오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시에 대학교까지 다니는 활기찬 인물이야. 잘생긴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격 탓에 주위에 여자 친구도 많은, 일명 ‘바람둥이’ 캐릭터지. 그래서인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츠네오가 불편한 몸을 가진 조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얼핏 이해되지 않기도 했어. 너는 어땠어?
지혜 :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했어. ‘조제의 아름다운 얼굴은 언제나 츠네오에게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츠네오에게 있어 조제는 오래된 집의 창고에서 만난 인형이었고 그동안 만나볼 수 없었던 순수한 여성이었던 것이지. 여기서 조제의 순수함이란 자기밖에 모르는 듯한 고압적인 태도와, 때때로 콧소리를 내며 자기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솔직한 면을 말하는 것 같아.
다빈 : 서로 달랐던 두 인물이 만나서 자연스레 사랑에 빠지듯 멀어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던 것 같아. 이별했던 츠네오와 조제는 조제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재회하게 돼. 하지만 츠네오의 대학교 친구이자 또 다른 여자 친구였던 카나에로 인해 다시금 둘은 이별을 맞지. 특히 초반에는 청순하고 참한 성격으로 비춰졌던 카나에가 후반부로 갈수록 조제가 자신에게서 츠네오를 앗아갔다고 생각하며 질투심과 원망을 표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지혜 : 그런데 카나에는 책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야. 영화 속에서 카나에의 역할이 둘 사이의 갈등요소인 동시에 사랑을 더 깊게 하는 역할이었다면 책에서는 츠네오가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으로 그려지거든.
다빈 : 다시 만난 조제와 츠네오는 호랑이를 보러 가. 호랑이는 조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러가고 싶어 했던 동물이자, 불구인 자신이 발을 내딛기 그토록 두려워했던 세상을 의미하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제는 전혀 타 본 적 없었던 휠체어를 타고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조제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장애인이 아닌 한 여자로서 사랑해줬던 츠네오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 일거야.
지혜 : 맞아. 아마도 두 사람은 고요한 바다 속 한 쌍의 물고기가 돼 사랑하겠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유롭게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가장 순수한 사랑의 형태이지 않을까.

강지혜, 김다빈 기자  jj030715@inhanews.com,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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