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줄거리 : 인천에서 3류 양아치로 전전하던 고로(강재)는 불법 테이프를 유통시키다가 걸려 열흘 간 구류를 살다 돌아올 만큼 보잘 것 없는 삼류건달이다. 어느날 조직의 보스인 용식과 술을 먹던 날 전혀 몰랐던 호적상 아내 파이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강재는 파이란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며 파이란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은서 : ‘파이란’의 원작 소설은 일본의 유명 작가 아사다 지로가 쓴 원작 소설의 일부인 단편소설 ‘러브레터’야. 걸작이라고 정평이 나있는데 약 40쪽의 짧은 내용이라서 사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큰 감흥은 못 느꼈던 것 같아. 영화는 어때?
현수 : 영화는 정말 감동적이었어. 책에서 각색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거기에다 배우 최민식의 연기까지 더해져 더욱 풍부해졌지. 한 사람의 인생사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어.
은서 : 책에서는 단순하게 시작해. 주인공은 ‘고로’라는 일본인인데 3류 인생을 살아가는 건달이야. 그러다 돈을 위해 파이란과 호적상으로만 결혼한 부부가 돼지.
현수 : 영화는 책과 다르게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 책에서 나왔듯이 처음 그 둘의 사이는 남이나 마찬가지였어. 강재는 조직의 보스이자 옛 친구인 용식의 살인누명을 대신 쓸 운명에 처하게 되고 용식은 자신을 대신해 감방에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지. 그러다 자신의 아내인 파이란의 사망소식을 듣게 돼. 여기서 파이란의 시점으로 넘어가 파이란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세하게 보여줘.
은서 : 책에서는 고로의 시선에서만 그려져서 파이란의 감정에 대해서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진 않아. 책에서는 파이란 사망소식을 깨달은 고로가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기차를 타고 파이란이 살았던 동네로 가는 장면으로 이어져.
현수 : 나는 기차에서 파이란의 편지를 보는 장면에서부터 강재의 심적 변화를 느꼈어. 강재가 ‘결혼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파이란의 편지를 보고 의아해 하는 한편 누군가가 자신을이렇게 생각해준다는 느낌에 미소를 지었던 것 같아.
은서 : 그 편지에는 주인공이 제일 친절하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파이란이 순수해보였거든. 그런데 책에서는 이후 이어지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답답했어.
현수 :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감정변화가 서서히 드러나서 감정을 잘 읽을 수 있었어. 처음에 편지를 받고는 의아해 했지만 점점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이 잘 드러나. 파이란이 살고 있던 동네로 찾아가 경찰서에 사망신고를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주인공은 이상한 감정을 느껴. 사망신고가 빨리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서 행패를 부리고, 파이란이 살았던 집에 가 심각한 표정을 짓잖아.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파이란이 죽기 직전에 남긴 편지를 보게 되는데, 이때 강재가 오열을 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으로 거듭났음을 알 수 있었어.
은서 :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모르는 사람의 편지를 받고 저렇게 울 수 있나?’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주인공의 인생과 겹쳐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라고. 항상 멸시받고 살아가다가 누군가로부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잖아.
현수 : 맞아.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주인공은 이때부터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누군가에 의해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거지. 자신을 의미있는 존재로 만들어줬던 파이란의 부재가 큰 공허로 남았던 것 같아.

김현수, 이은서 기자  hoho3008@inhanews.com, sdic77@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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