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도 보완해도 실질적 근절효과 미비
장기적 종합대책 필요성 대두돼

 국내 도처에 성범죄가 만연해 국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친고죄’를 폐지해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했으며 성범죄자의 ‘심신장애’를 인정하는 규정도 사라져 음주나 약물을 투약했다는 이유로 감형할 수도 없게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개 시·도 경찰청에서 ‘성폭력 범죄 발생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가 최근 5년 사이 50.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무원이나 군 내 성범죄에 대한 징계수위와 처벌이 미약하다는 사실도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성범죄에 연루돼 감봉 등 처벌을 받은 공무원은 340명이지만 이들 중 절반가량은 감봉·견책 등 가벼운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국방부의 군 성범죄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총 470건의 군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총 463명의 가해자 중 183명만 군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이어 기소율은 39.5%로 성범죄를 저지른 군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판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의 시민은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의견을 보인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성범죄자의 형량은 이미 높은 편이다. 그러나 더 엄중히 처벌해야한다는 시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실무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배심원 제도 등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정신 및 육체적 상처에 대한 치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간한 ‘2013 재정사업 성과평가’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 예산 중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건을 신고한 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여성가족부의 법률적 지원 예산은 약 15억으로 3년째 제자리 걸음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제도적 보완책으로 직접적인 성범죄뿐만 아니라 카메라 촬영이나 음란물 배포 등도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 징계규정을 개정해 올해부터 적용키로 했다. 또한 지난 2월 국방부는 군 내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개정했다. 훈령에 따라 군인·군무원의 성 군기 위반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는 관계자는 “성범죄가 4대악 중 하나로 지정돼 피해자 지원업무에 대한 예산이 계속 확대하고 있고, 연말에 예산이 확정돼야 알겠지만 내년에도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성범죄는 4대악 중 하나로 규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성폭력 관련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장기적인 전망으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한국사회는 성범죄와 관련한 법 제도를 잘 보완하고 있지만 그 법 자체가 실제 성폭력을 근절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신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기쁨 기자  glee9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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