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 같이 드실래요?”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안면을 트고 싶거나 모임·미팅자리가 필요할 때, 혹은 친분이 있는 사람과 곧잘 밥 한 끼를 함께 먹곤 한다. 여기서 ‘밥 한 끼’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것을 넘어,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특히나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이 ‘밥 한 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에 힘입어 새로운 문화현상이 등장했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함께 먹으며 친분을 쌓는 ‘소셜다이닝’이 대표적이다. 소셜다이닝은 혼자 식사를 하기 싫거나 지인들과 매번 식사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집밥’이라는 이름의 한 벤처기업의 경우 웹사이트 누적 방문횟수가 1천만 건에 이르며 현재까지 4천여 건 이상의 모임이 개설됐다. 이 모임들은 △재무컨설턴트가 필요한 사회초년생 △책을 사랑하는 청년들 △주말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 △유기견 봉사활동 등, 특정 주제나 대상을 선정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친분을 쌓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소셜다이닝을 비롯해 이색적인 공동체 문화가 새롭게 우리사회에서 꽃피고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개인주의가 팽배했던 현대사회에 대한 하나의 출구로서 자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연고주의나 학벌주의와 같이 나와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문화현상으로 여겨진다. 누구든지 마음만 맞으면 함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이를 하나의 ‘숨 쉴 수 있는 통로’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작가인 라 로슈푸코는 마치 오늘날의 모습을 예언이라도 하듯, ‘우리가 새로운 이웃에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우리를 지나치게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감탄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된 데에 대한 거부감이기도 하고, 또 그다지 우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좀 더 감탄을 받았으면 하는 희망에서 오는 까닭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은 개인주의적 현대사회에 대한 일침이자 새로운 공동체 문화의 등장배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최근 일각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공동체 문화를 바라보며, 우리는 현재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모습으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은정 기자  aej365@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