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로 한 괴물이 정체를 드러냈다. 어떤 사람은 세월호의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이 원흉이라고 지목한다. 그럴 수 있다. 수백명의 목숨이 실린 배가 가라앉고 있는 동안 이들은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되풀이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탈출을 준비했다. 구조선이 오자 배를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했다. 무책임할뿐더러 반인륜적인 행동으로 처벌과 비난을 피할길 없다. 또 청해진해운은 선령 18년의 고철을 들여와 화물량을 늘리기 위해 선실 증축 등 구조변경을 하여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 운항해왔으며, 이번에 세월호는 승선명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으며, 화물도 크게 초과 적재한데다 제대로 결박하지도 않고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세월호를  다른 선장과 선원이 배를 운항했다고 해도 언젠가 사고는 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문제지만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배의 구조변경 허가와 운항을 관리하는 정부가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도 무능과 혼란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침몰 직후 승객 중 학생전원이 포함된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가 오후에는 180명을 구조했다고 정정하는 등 사고 6시간이 지나도록 가장 기초적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기초적 상황 파악의 혼란은 사고 2주일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국내화물선과 여객선에 대해 안전검사를 하고 있는 한국선급도 책임도 크다. 한국선급은 청해진해운이 노후선박을 들여와 증축 개조한 세월호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해줬다. 한국선급은 해수부 고위관리들의 낙하산 인사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임원들의 횡령, 배임 수재 등으로 내부비리가 만연한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기관이다. 여객운송사업자들의 운항관리과 선박검사에 대한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는 해운조합 역시 기본적 역할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를 운항한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 해운, 운항 관리 감독기관들, 그리고  해경을 비롯한 해양 안전기구와  정부의 재난 대책 시스템 가운데 어느 하나만이라도 기본을 지켰다면 세월호 참사는 방지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재난대책기구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은 위험사회임을 스스로 폭로하였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성장신화에 취해 효율성만을 앞세워 생명과 안전을 경시해온 사회였던 것이다. 앞으로 선박운항관련 부실과 비리 그리고 탈법과 그릇된 관행의 고리, 그리고 국가안전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모든 것을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효율성 중심의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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