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지난해 7월 18일,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르다가 깊은 갯골에 빠졌다. 결국 그중 5명의 학생들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해병대 캠프 참사’라 불리는 이 인재(人災)가 발생한지 어언 1년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약속했던 재발방지책과 강력한 제재 조치의 대략적인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focus : 전국을 충격으로 물들였던 해병대 캠프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해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처참하다. 제대로 세상에 발을 들여 보기도 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어린 학생들에게 필자는 깊은 애도 외에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함은 필자 스스로를 향한 날이 선 ‘무능함’이란 감정으로 돌아와 꽤나 오랫동안 가슴을 찔렀다.
당시 교육부는 △대규모 위험성 프로그램 인증의무화 △청소년 수련활동 신고대상 확대 및 수련시설 종합평가 근거 마련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교 밖에서 실시되는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근거 마련 등과 같이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교육부는 참사 이후 지난해 7월 29일 안전관련 법령 제·개정 추진 등 재발방지 대책 자료를 냈지만, 아직까지도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대략적인 로드맵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국민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9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통탄을 금치 못할 또 다른 인재를 겪었다. 우리 또한 누군가의 형제이고, 부모이자 친구일 터라 소중한 사람을 잃어 억장이 무너질 그 심정을 어찌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조선업과 반도체에서 상위권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 수준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수학여행에서 참사가 일어나면 수학여행을 금지하고, 대학교 O.T에서 참사가 일어나면 O.T를 금지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대처만으로는 참사를 예방할 수 없다. 지금 정부는 체험학습에 대한 점검 기준부터 제대로 살피며 단체적 체험학습에 대해 제고해야 한다.
누군가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던가. 수많은 학생들이 함께 낯선 곳에서 추억을 쌓고, 어쩌면 훗날 그들의 인생에서 찬란했던 기억의 한 귀퉁이로 기억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그 기회는 순식간에 잔인한 참사로 변모했다.
현재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의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생사를 접고 청와대 앞에서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슴이 미어지지만 정부의 대책 마련이 이미 벌어진 참사로 인한 유가족들의 고통을 다 치료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끊임없이 정부를 향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이유는 확실한 안전책이 마련되면 앞으로의 참사가 더는 발생하지 못하도록 ‘혹시나’의 구멍까지 봉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눈물로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는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이들에게 응답하길 바란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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