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근로시간은 1위
노동 시간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평균에도 못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우리나라 1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이다. 이는 OECD 가입국의 평균치(1,776시간)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우리나라는 가입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시간 일하는 나라의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1일 근무시간은 휴식시간을 제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연장근로시간 또한 주당 12시간으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직장인 1,0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12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을 제도와 규범으로 꼽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인력 최소화 전략, 전일제 중심의 노동문화 등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부족한 제도와 미비한 규범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면장애 △척추질환 △비만 △심혈관 질환 등의 신체 질환을 유발하고 인간관계의 단절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장 크게 제기되는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노동시간이 노동 생산력과 비례하지 않는 사실이다. 지난달 5일에 발표된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생산성은 5만 6,710달러로 OECD 회원 34개국 중 23위이다. 이는 평균인 7만 222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리 마쳐도 정시에 퇴근을 할 수 없으면 퇴근시간에 맞춰 일을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며 노동 생산성과 노동시간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8일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과 함께 최근 기업들도 정시퇴근을 독려하는 추세다. 또한 기업적인 차원에서는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더 높아지는 임금구조 탓에 장시간 노동이 조장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상임금 중 낮은 기본급 비중을 개선하는 것이 거론되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긴 노동시간에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학술연구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앓아온 합병증 많은 질병”이라며 “특히 노동자들의 수면시간이 보장받지 못해 수면장애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야 개인의 삶의 풍요로워지고 사회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기쁨 기자  glee9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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