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형 외관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 눈길 끄는 외관
시민들 위한 도심 속 ‘특별한 우주’로 지속되길

‘우주선’을 본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5년간의 공사 끝에 드디어 지난달 21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DDP는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았으며, 옛 동대문운동장이 위치했던 자리에 대지면적 6만2,692㎡(약 1만8,964평) 규모를 갖춘 지하 3층, 지상 4층(최고높이 29m) 건물로 조성됐다. 이로 인해 DDP는 ‘세계에서 가장 큰 3차원 건물’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매끈한 곡선의 외관을 한 DDP는 우주선 모양이라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공사비와 운영 준비비로 4천84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탓에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의 ‘전시 행정’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건물이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툭 떨어진 듯한 모양새의 이 ‘은빛 우주선’은 ‘도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래서 화창한 햇빛이 내리쬐던 지난 6일, 동대문 속 ‘새로운 우주’ DDP에 기자가 직접 방문했다.

DDP는 지하철 2ㆍ4ㆍ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공원역의 1번 출구와 곧장 연결돼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하철의 출구와 DDP의 입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멈춰 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웅장한 분위기가 풍겼다. 3차원 비정형과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뤄진 외관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드넓은 ‘어울림광장’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건물에 들어서기 전 바로 오른편에 선물 상자 모양의 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 존의 이름은 ‘원더 프레젠트(Wonder Present)’로, 시시때때로 그 문을 열고 전시, 상영, 비보이, 거리 아티스트 등의 작품들로 채워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컨셉이라고 한다. 기자가 DDP를 찾았던 날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며 꽃을 팔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한 건물 안에서 ‘층’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여느 건물들과는 달리 DDP는 ‘터’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었다. 2500석 규모의 알림관과 200석 규모의 국제회의장이 갖춰진 ‘알림터’, 디자인전시관, 박물관, 둘레길, 놀이터 등을 갖춘 ‘배움터’, 강연, 워크숍 등이 주로 진행되는 ‘살림터’ 등 크게 세 개의 터를 비롯해 디자인장터, 동대문역사공원 등의 5개 시설로 구성됐으며 내부에는 15개 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다.

각종 기획전으로 가득… 알찬 알림터
처음 방문한 곳은 ‘알림터’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회전의자가 여러 개 마련돼 있었다. 개구진 표정의 아이들이 저마다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아가며 재밌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의자에 앉아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알림2관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풋볼 이노베이션 전시관’이 개장돼 있었다. LED 및 3D프로젝션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디지털 축구장에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컬러풀한 조명이 내리쬐는 경기장은 어두운 행사장 안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마치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듯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며 기자 또한 한참동안을 경기에 집중해 있었다.
풋볼 이노베이션 전시관을 나와 2층으로 향했다. DDP 외관이 은색을 띠고 있었다면 내관은 온통 깨끗한 흰색으로 가득했다. 특별한 창문이나 여느 장식 없이 온통 하얗게 칠해진 그 공간을 걷고 있자니 정말 ‘우주’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위쪽 벽면에 그려진 검은색 띠 속에 자리한 전등들의 모습이 은하수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하지만 공간과 공간을 잇는 복도를 걷다보면 눈에 띄는 의자들을 제외하고는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이라 다소 어지럽고 답답하기도 했다.
다양한 기획전도 진행되고 있었다. <간송문화>전을 제외한 <스포츠디자인>전, <자하 하디드>전, <엔조 마리>전과 <울름 디자인>전 등이 개관을 맞아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무료관람을 실시하기도 했다. 디자인박물관의 <간송문화>전을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람객 줄을 지나쳐 둥그런 곡선길을 따라 걷다보니 둘레길 쉼터가 나왔다. 김영세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전시된 ‘YKDM 뮤지엄 라운지’에는 넥타이, 운동화, 티셔츠, 휴대폰 케이스 등을 비롯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카페 등이 마련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영세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가방과 헤드폰을 끼고 있는 사람 모형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작품이 익살스러웠다.

디자인을 체험하고, 구매하고… 실용적인 살림터
다음으로 향한 살림터에는 디자이너 갤러리 샵, 디자이너 태그 샵 등 각종 디자인 편집샵들로 가득했다. 앞서 방문했던 ‘알림터’가 관람을 위주로 한 전시회의 느낌이었다면, 살림터는 직접 작품을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어 보다 실생활에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수많은 작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토끼와 판다곰 모양의 자그마한 소파였다. 소년과 소녀가 매달린 듯한 모양의 시계추가 달린 시계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예뻤다. 수많은 넥타이들을 전시해놓은 편집샵도 있었고, 각종 가방과 공책 등 문구류 등을 파는 편집샵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왔다는 김영난 씨는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며 “주말에 가족끼리 와서 한 바퀴 둘러보고 가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이 구매한 티셔츠와 가수에 K-POP 가수들이 직접 쓴 문구를 재봉틀 자수로 새겨주는 ‘스타디움(STARDIUM)’ 팝업스토어도 마련돼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재봉틀로 자수를 새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신기했다. 이외에도 살림터 곳곳에는 시민들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독특한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책꽂이가 설치돼 있었다.

앞으로의 DDP는…?
DDP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살림터에는 일반 시민은 물론 DDP 여성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유실이 마련돼 있었고,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들을 위한 유모차 무료 대여 서비스도 제공 중에 있었다. 또한 문턱이 없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편리하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건물 곳곳에 설치된 유리문은 자동문 형태로 돼 있어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편리해 보였다. 이밖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도, 유도 블록이 모든 건물에 마련돼 있었고,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휠체어 대여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었다. 또한 화장실과 의자 등이 가까운 거리에 많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한 DDP 측의 ‘기특한’ 배려가 곳곳에서 돋보였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었다. DDP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곡선형의 구조는 다소 복잡해 미로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기자 역시 들어간 입구와 나오는 출구는 분명 알겠는데, 다시 들어가려니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아 헤매기도 했다. 안양에서 왔다는 신재은 씨는 “밖에서 봤을 때는 건물이 참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다소 복잡해서 당황스러웠다”며 “어디가 어디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판 등이 많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기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접한 DDP는 기자가 본 어떤 건물보다 독특했고, 기발한 공간이었다. ‘꿈꾸고(Dream) 만들고(Design) 누린다(Play)’는 DDP 특유의 슬로건에 맞게 아티스트들의 손을 통해 탄생된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을 시민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며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쉼터’였다.
아직 개관한지 갓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 건물인 만큼, DDP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한두 번 발걸음이 스쳐가는 곳이 아닌, 자주 들러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도심 속의 특별한 ‘우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DDP가 걸어갈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풍성하고 감각적인 볼거리와 다양한 즐길거리로 알차게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김다빈 기자  dabin3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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