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간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른 50대 가장이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그는 술이 만취한 상태로 자신의 부인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하고 부인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만류하는 아들까지 폭행해 부상을 입힌 혐의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 소식을 접한 필자는 ‘가정폭력’이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고 ‘30여 년간’이라는 말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다.
 가정폭력은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 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불릴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악랄한 범죄로 여겨짐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남이 아닌 가족으로부터 받는 폭행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가정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가정폭력의 실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실정이다.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당하는 폭행이 ‘범죄 행위’라는 것조차 모르는 피해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가정폭력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를 사회문제로 여기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웃의 가정사에는 무관심한 듯 보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가는 길에 이웃과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남의 가정사에 괜한 간섭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웃의 사정을 더러 알고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50대 가장이 30여 년간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가정폭력의 특성상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신고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이웃이 신고를 돕거나 피해자에게 신고를 권고하는 등의 도움을 줬다면 이들이 30여 년의 세월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사정과 더불어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잘 알려졌기 때문인지,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해결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현재 지역별로 지부를 설립해 가정폭력을 비롯한 가정 내 여러 문제들을 무료로 상담해주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주로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뤄볼 때, 상담지원은 1차적으로라도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4대 사회악 중 하나인 가정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근절돼, 하루빨리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안은정 기자  aej365@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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