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9일,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외국인 특화거리, 일명 ‘밴댕이 골목’을 찾아갔다. 밴댕이 골목은 ‘문예길 음식문화 1번가’ 안에 포함된 곳으로 올해 인천에서 진행될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인천을 방문할 외국인에 대비해 지난해 외국인 특화거리로 지정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가게의 간판과 메뉴판을 교체하는데 약 2억 원의 비용을 지원했다.
 밴댕이 골목은 특화거리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아 기자가 골목에 다다르기까지 30분 가량을 헤맸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어봐도 ‘대략 어디쯤 있다’는 불명확한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조차 밴댕이 골목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듯 했다.
 그렇게 도착한 밴댕이 골목은 기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달랐다. 밴댕이를 판매하는 가게가 보이기는 했지만 눈에 들어온 간판은 많지 않았다. 억대의 지원금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글로 된 간판 아래 작은 글씨로 영어가 새겨져있었지만 이는 한글을 읽었을 때 소리나는 그대로 표기한 것으로 가게마다 영문표기가 달랐다. 기자가 일부러 점심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밴댕이 골목을 찾은 인적은 드물었으며 가게 앞엔 주차된 자동차가 사람보다 더 많았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는 이화복 ‘시골밴댕이’ 사장은 “지난해 구청에서 LED 간판 및 메뉴판의 일어, 중어, 영어 표기 교체 작업 비용의 70% 정도를 지원해줬지만 지속적인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외국인을 본적이 없고 오히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국내 손님도 줄어든 상황이다. 홍보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작년에는 영어강습과 같은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아직 소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밴댕이 골목 곳곳을 살펴봤지만 그 중에서 간판이 제대로 번역돼 영문으로 표기된 곳은 거의 없었다. 또한 밴댕이 골목 안내 표지판을 본 적이 없어 위치를 물어 가보니 전등없이 ‘문예길 음식문화 1번가’라고 설치된 기둥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표지판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을 과연 특화거리라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골목을 외국인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바꿔야할 것이다. 정부에서 밴댕이 골목을 외국인 특화거리로 지정한 이상, 구체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지원 및 교육을 통해 외국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 거리를 부흥시키길 바란다.

이유정 기자  3136019@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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