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줄거리 :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는 이적요는 어느 날 마주친 소녀 은교의 싱그러움과 젊음에 매혹된다. 스승을 존경하는 동시에 그를 질투하는 제자 서지우는 은교를 탐하고 이를 이적요가 엿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세 사람의 운명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은서 : 영화 ’은교’는 시인 이적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돼. 이적요는 집 마당 흔들의자에서 잠자고 있는 은교를 처음 본 순간 매료되지. 하얀 옷을 입어서 그런지 영화 내내 굉장히 순수하고 아름답게 묘사되는 것 같애. 소설에서는 어때?
기쁨: 소설에서도 이적요가 처음 은교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굉장히 세밀하게 묘사됐어. 은교의 하얀 피부, 소년처럼 보이는 짧은 머리카락, 콧날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그리고 가슴팍에 있는 ‘창’ 모양의 헤나문신까지… 이적요는 이런 은교에게서 ‘처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런 은교를 사랑하게 됐다고 읊조리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써.
은서 : 그런데 나는 영화에서 이적요가 은교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은교의 ‘젊음’을 동경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카메라가 은교의 하얀 살을 자세히 비춘 모습이나, 이적요의 상상 속에서 맨발로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장면, 은교가 환하고 순수하게 웃는 모습 등을 보며 그렇게 느꼈어.
기쁨 : 책에도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책 속에서의 은교는 마냥 싱그럽고 순수한 존재는 아니야. 사실 은교는 이적요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이미 서지우와 알고 관계를 맺은 사이거든. 그런 은교의 모습을 모두 알고 있는 서지우의 글과 은교를 마냥 반짝이는 존재로만 보는 이적요의 글이 대조되면서 흥미롭게 느껴졌어.
은서 : 그렇구나.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적요가 자신의 늙어버린 몸을 보며 쓴웃음 짓고 강연회에서 “네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흥미로웠어. 이 장면을 보면서 젊음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뭐야?  
기쁨 :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가 스승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스승을 향한 그의 깊은 사랑과 함께 존재하는 애증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해. 
은서 : 영화에서의 서지우는 이에 엄청나게 분노해 질주를 하다 결국 죽게 되는데. 이 장면을 보며 서지우와 이적요의 관계가 그저 보이기 위한 관계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어. 이적요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마지막까지도 혼자서 지내는데 이로 인해 은교에 대한 사랑이 희석된 것 같았어.
기쁨 : 나는 희석된 것이라기보다 이적요가 은교를 향한 사랑과 강렬한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반성하면서 은교에 대한 마음을 떠나보낸 것이라고 생각했어. 이적요가 이사 가는 은교의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그동안 네가 가진 아름다움의 절반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의 욕망이 지어낸 허울을 봤을 뿐이었다.”라고 말하더라고.
은서 : 그렇구나. 결국 ‘은교’라는 작품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갈망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아. 이적요는 어린 소녀의 젊음을, 서지우는 동경하던 스승의 재능을, 그리고 은교는 벗어나고픈 외로움을 말이야.

이은서 기자, 강기쁨 기자  sdic77@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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