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는 왜 하는가? 두 말 할 나위 없이, 강의평가의 첫 번째 존재의미는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강의는 연구와 더불어 대학이 사회에 내놓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생산물이고, 따라서 강의의 질은 대학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일종의 품질관리 체계에 해당하는 강의평가는 아주 중요하다.
  강의를 담당한 교수는 강의평가의 결과를 거울로 삼아 자신이 맡았던 강의를 그 소비자인 학생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강의의 내용과 방식 등에 대해 학기 중에 교수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던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학생들이 강의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고 교수가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런 의미에서 강의평가는 실제로 원활해지기가 쉽지 않은 교수-학생 간 소통을 보완하는 유용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강의평가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특정 유형의 물음들에 대한 정량적인 대답이다. 학생은 주어진 물음마다 1부터 5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택해 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려져 있다시피 강의평가의 정량적 부분에는 수강생 수와 수강반의 분위기 같은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이 얼마나 엄밀한 정신으로 평가 문항들에 답하는지도 일률적이지 않다. 학생들은 항목마다 고심을 해 가며 체크를 하기도 하지만, ‘이 강의는 4과 5를 번갈아 가며’나 ‘이 강의는 별로였으니 3으로 깔고 가끔 4로’ 식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강의평가에 나타나는 숫자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부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결과를 읽는 단계에서는 강의평가의 한계를 함께 의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예컨대 5점 만점에 4.3점을 받은 강의가 3.5점을 받은 강의보다 단적으로 ‘더 좋은’ 강의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강의평가를 강의의 질을 높이는 장치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실시 방식과 각 문항의 표현까지 포함해서 강의평가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강의평가의 존재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정성적 서술 부분에 대한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얼마 전 2013년 2학기의 학기 중 강의진단 결과가 담당교수에게 공개되었다. 앞서 서술한 강의평가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학기 중 강의진단은 학기말의 강의평가를 보완하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강의진단의 시기를 한번 살펴보자. 강의진단 결과가 알려진 11월 8일은 이번 학기 16주 가운데 이미 10주차가 끝나던 날이었다. 이것은 이 강의진단의 실시 목적을 고려할 때 현명하지 못한 일정이다. 게다가 작년 2학기의 강의진단 결과 공개가 10월 22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주 정도나 늦어진 일정이다. 한두 주 차이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바로 그런 세밀한 방법론적 고민이 1류와 2류를 가르게 되는 법이다. 허수아비 요식 행위가 아닌, 진짜 소통과 성장이 잉태되는 강의평가와 강의진단이 되도록 학교는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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