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세기는 이념의 갈등의 시대였다. 이념이라는 것이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불가결한 부분이지만, 이념이 사회질서의 유지에 있어 우선적인 요인이 되는 것은 그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부정적일뿐만 아니라 종종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였음을 역사로부터 누차 경험해 왔다. 특히 이분법적인 이념대결은 사회 구성원간의 상호 증오와 적대감을 부추겨 사회의 건강한 여론을 마비시키거나 비이성적인 행위를 조장하기도 한다.
지난 세기 해방이후 분단과 전 세계적인 냉전체제로 인해 우리사회는 이념의 과잉시대를 거쳐 왔으며, 전 세계적인 탈냉전의 조류 속에서도 여전히 냉전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분단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 분단문제의 해결에 관계없이 이념적 갈등은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이념의 문제를 치유와 완화,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더욱 조장하거나 이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여론기관에서는 언행과 처신에 있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혹여 이와는 반대로 국민들을 이념의 볼모로 삼아 분열을 조장하는 언행이나 처신을 한다면 우리 민주사회의 발전에 큰 위해가 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 사회의 이념이나 여론은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논쟁과 토론을 통해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는 이러한 방식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자정능력과 소통능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현재 우리 국민의 의식과 자정능력을 불신하고 정보기관의 대국민 여론 활동을 통해 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구태의 관치로 회귀하겠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지난 세기 이념의 폭력성에 의해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사법적 재심을 통해 권리회복과 보상이 진행 중이다. 그 중에는 이미 사형 등에 의해 보상할 길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사회가 지난 세기 이념의 갈등을 치유해 나가는 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당시 직접적인 가해자였던 사람과 권력기관은 국가 뒤에 숨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물론 완전한 화해는 가해자의 ‘고통’을 포용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일이 그들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최근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통진당 사태 등을 보면서 이러한 최소한의 국민화해의 노력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국가기관은 한 두 사람의 의지나 집단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들 상당수를 이념적 교화의 대상으로 삼는 그런 편협한 이념적 기준이나 잣대에 의해 그 활동방향과 방법이 결정되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이념적 잣대의 적용은 최대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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