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것이 겨울이 훌쩍 다가온 것 같다. 두 달 뒤면 2014년을 맞이한다. 연초에 세운 계획들이 달성되었는지 살펴볼 시기이다. 몇 해전 아들 녀석이 묻던 말이 있다. 아빠의 꿈은 뭐냐고? 대답하기 난감하다. 내 아들이 원하는 근사한 꿈은 오래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30대 중반까지는 있었던 것 같다. 목표가 자주 바뀐 것 같긴 하지만 서도...

금융계에서는 해외진출이 화두이다. 관련해 지난주에 담당자와 중국과 베트남 소재 한국계 금융기관 조사를 다녀왔다. 현지 중소업체에 대한 대출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첫해부터 수익이 나지 않으면 호통치는 문화라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반면에 베트남에 진출한 호주계 한 은행(코먼웰스뱅크)은 5년 가까이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계 은행들은 대출에만 급급했는데, 호주계 은행은 투자비용이 많이는 드는 카드, 인터넷 뱅킹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년간 적자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정상괘도를 찾으면서 큰 폭의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은 흔히 네트워크 사업이라고도 한다. 이곳저곳 점포를 많이 깔아두어야 고객과 자금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수(大數)의 법칙이 필요한 분야다. 초기에 몇 번의 사고가 터지는 것들을 용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연공서열적일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매일같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 받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이런 풍토에서 장기에 걸친 능력계발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무만이 아닌 숲도 보는 능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는 나무만 봐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국인의 글을 인용해 본다. “한국에서는 나무만 보는 예가 자주 보인다. 30미터도 못 가서 빨간불에 멈춰 설 거면서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는데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통과하는 운전자가 그 예다. 이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대체 무엇인가. 고작 30미터 더 간다는 것? 신문에서는 뇌물을 받았다 들켜서 공인의 생명을 망치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잠깐의 이익 때문에 오랜 기간 쌓아왔던 가족관계와 비즈니스가 깨지는 것이다.” 한국인의 단기성과주의가 외국인에게도 읽히고 있다.

우리 인하대생에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여러분의 3년, 5년, 10년 뒤 목표는 무엇인가? 공자가 말하는 지학(志學)을 지나 이립(而立)을 향하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기간중 여러분의 학점욕구는 알 만하다. 그러나 학점에만 연연하지 말기 바란다. 정작 하고 싶은 분야의 지식을 익혀야 할 것이다. 단순히 시간이 더 걸리고 남들이 안하기 때문에 기피한다면, 더더구나 그 분야를 파고들기 바란다.

한재준 교수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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