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좋은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흐뭇해하기도 하고, 어려웠던 시절, 부끄러웠던 행동을 떠올리면서 몸서리치기도 한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구성원들이 겪었던 지난날을 반추하면서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치욕스러워하기도 한다. 개인이나 국가 또는 사회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날의 잘못한 일은 반복하지 않고 잘한 일은 되풀이하기를 원해서 돌아보기도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사회든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모든 사물, 결정, 행동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갖는다. 그것이 개인에 관계된 것이든, 집단이나 국가에 관계된 것이든 마찬가지다. 퀵서비스를 예로 들면,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손님은 좋겠지만, 배달꾼은 벌금, 목숨을 감수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정이나 행동의 양면을 모두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것은 살려 나가고 부정적인 것은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현재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숨기기 위해서 또는 과거의 잘못된 방법으로 획득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과거를 왜곡하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애써 축소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무리하게 확대·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것도 지도급 인사들이. 예를 들면, 일제 식민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평가가 그러하다. 일제가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산업기반 조성에 기여한 바도 있을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이 공산진영으로부터 한국을 지켜낸 부분도 있을 것이며,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우리를 가난으로부터 탈피하게 해 준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일제가 산업기반을 닦는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공산진영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이 잃어버린 것, 치러야했던 대가도 분명히 있다. 일제 때는 징병이나 징용 또는 정신대 등으로 목숨과 인권을,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인권, 노동권, 비판의 자유, 인간다운 삶을 잃어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와 희생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 취해야할 자세는 일제,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미화하는 데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불가피했던 희생을 감수했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겸손한 마음으로 오히려 이들에게 공적을 돌리고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럴 때만이 자신들이나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국민들이 진심으로 믿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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