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렀다. 이 말에는 대학이 순수한 학문 연구의 전당이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사실 ‘진리의 상아탑’이라기보다는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즉, ‘순수한 학문’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학문’을 위주로 돌아가며, 그에 의해 대학이 ‘준사회의 장’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뜨겁게 이슈가 되었던 고대 김예슬 선언, 중앙대의 실용학과 위주 통폐합 건에 대해서 요목조목 살펴보자면, 아무래도 요즘 대학은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기보다는, 사회에 나갔을 때 ‘잉여인력’이 되지 않기 위해 실용적인 기술을 배우는 곳에 가깝다. 경쟁사회, 분업화, 전문화가 특징인 요즘 사회에 비추어 보았을 때라면, 요즘 대학은 정말 ‘실용’적이고 사회의 추이에 맞추는 유연한 대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이 너무 사회와 가까워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진정한 학문이 경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순수 학문’이 사라지고 ‘실용 학문’이 흥하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 학과 배치표 상에 나오는 ‘표점 차이’로도 보이는 것처럼 이미 사람들이 그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실용학문을 선호하기 때문에 순수학문 쪽으로는 발걸음이 잘 안 가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교 자체가 ‘실용학문을 더욱 더 밀어주고, 순수 학문 등의 비인기 학과는 축소시키는 것이 대학 운영상 좋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쩐지 대학이 사회와 너무 친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학들이 개인, 기업의 돈을 벌기 위해 처음 설립되었기 때문에 첫 목적이 그러하다면 지금도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의 실용학문들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순수학문들이 그만큼 받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전자의 기반에는 수학이 있고, 간호의 기반에는 생리학이 있다. 이쯤 되면, 왜 순수학문을 축소시키는 것이 위험한지 알게 된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UC 버클리대 등에서는 기초과학, 인문학과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산업기술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기초학문 연구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인 것이다. 물론 사람 한 명 한 명으로 보자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실용학문’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 경쟁력으로 보았을 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초학문들이 결국 미래의 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학이 다시 진리의 상아탑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학이 너무 사회와 친한 것은 좋지 못하다. 아무리 ‘순수 학문’이 현재 구미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순수 학문’의 중요성을 대학들은 알아야 한다.

구승경(간호ㆍ2)  inhanews@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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