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과 술접대의 고통 속에서 죽음을 선택했던 故장자연의 2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한 방송사에서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친필편지를 공개했다. 이어서 2009년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故장자연 리스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를 비롯해 대기업 대표, 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이 포함된 31명의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소문만 무성할뿐 그 실체가 없었다. 그 중 10명은 실명까지 거론되며 입에 오르내렸지만 검찰은 침묵했고 대중은 분노했다. 당시 일명 거물급 인사들은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에 국한된 수사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리스트가 적혀 있다는 친필편지의 존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이 났다. 결국 그녀의 죽음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마무리됐다. 수많은 의혹이 나돌았지만 제대로 된 진 실은 없었고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던 대중은 답답하기만 했다.

정ㆍ재계의 고위 인사들이 리스트에 상당 부분 포진해 있어서인지 이번에도 경찰은 친필편지의 진위여부만 따지고 있다.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각종 언론에선 각종 의혹만 제기한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도 각종 언론은 피터지는 공방전을 벌인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죽음은 아직도 그저 관심을 끄는 사건으로 취급돼 알맹이 없는 추측기사가 난무한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시끄러워서 2년 전 죽음을 택했던 고인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의혹에 얽히고 언론에 뜯기고 있다. 엄숙해야 할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망자에 대한 예의없이 확인되지 않은 사건의 모든 것을 치열하게 들춰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죽음이 아니다.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그러기에 제대로 수사해서 진실이 있다면 이제는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만 고인이 편히 잠들 수 있다. 쉽게 추측해서도 안 되지만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되는 죽음이다.

검찰과 언론은 세상 앞에, 대중 앞에 그리고 고인 앞에 양심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적어도 예의는 지켜야 한다.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세상은 말이 많은데 망자는 말이 없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규희(언정, 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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