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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남의 돈으로 다니는 학교

추워졌다. 이제는 더 따뜻하게 입기 위해 두꺼운 옷과 목도리를 걸치고 장갑까지 껴야할 날씨다.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건 다음 학기의 등록금이다. 토요일 저녁이 되면 벌써 월요일을 걱정하듯 학기의 끝이 보일 무렵이 되니 다음 학기 등록금 생각에 한숨과 입김이 함께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는 현재 신용불량자 가운데 2만 6천명이 대학생으로 3년 사이에 7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증가한 이유는 최근 5년간 등록금이 많이 오르면서 학자금 대출이 늘었고, 경제위기로 빌린 학자금을 갚지 못한 학생들이 증가한 탓으로 분석됐다. 학자금 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꽤 싼 이자에, 거치 기간도 여유있게 설정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러나 직업이 없어 뚜렷한 수입을 얻기 힘든 대학생의 신분으로 연 천만원에 가까워진 등록금을 부담하기에는 힘이 든 현실이다.

이렇게 ‘빚쟁이 대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 학자금 대출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 3000여명이나 늘어났다. 사립대 학생의 학자금 대출은 국ㆍ공립대 학생의 학자금 대출에 비해 7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학자금 대출을 신청은 지난해 2학기보다 3만 3086명인 1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속상하다. 대학을 다니는 입장에서 대학이 뭐길래 빚쟁이 감투까지 써가며 배워야 하는가. 옛말에, 아니 지금도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교육이라 함은 먼 앞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세워야 하는 크고 중요한 계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작금의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빚더미를 안겨주는데 100년 후라고 무엇이 달라질까. 100년 동안 빚쟁이 대학생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다행이리라.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325개 대학의 적립금 보유액이 총 10조 833억 934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학교의 경우 최근 8년간 적립금 증가액은 846억원으로 대학 평균 증가액인 311억원에 2배를 넘어서는 액수를 보였다.

한 일간지에서는 적립금의 91%가 교비회계 적립금, 즉 수입원이 등록금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립대학의 재단들은 적립금의 사용 내역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왜 알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록금을 창고에 쌓아두고도 부족해서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대학의 속내는 무엇인지.

제대로 쓰자. 학생을 위해 쓰는 돈이 학교가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출이다. 더 이상 남의 돈으로 학교를 다니기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너무나 힘들다.

<이규희 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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