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천 리를 달리는 말과 같이, 보통 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재들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천리마의 능력을 알아보고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사육사의 안목이다. 보통 말과 천리마를 구별해 낼 훌륭한 사육사가 없다면, 제아무리 천리마라도 그저 그런 일생을 보내야 한다.

천리마는 하루에 곡식 한 섬을 먹어야 제 능력을 발휘하지만, 용렬한 사육사는 다른 말들과 똑같이 먹이를 준다. 배고픈 천리마는 재주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다른 말들보다 더 못나 보일 때도 있다. 그때마다 바보같은 사육사는 무턱대고 채찍을 휘두르지만, 천리마의 울음이 어떤 의미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늘 을러대기를 “세상에 제대로 된 말이 없구나!”라며 탄식한다.

인재의 출현은 이 세상에 대한 하늘의 축복이다. 옛 사람들은 기린을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겼기에, 한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젊은이를 가리켜 ‘기린아(麒麟兒)’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기린은 아무 때나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직 세상이 제대로 다스려질 때에야 비로소 출현한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다스리는 어진 사람만이 기린을 알아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은 기린이 소나 말과 생김새가 다름을 말할 뿐, 그것이 바로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린임을 알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때를 만나지 못한 기린은 불쌍하다. 지금부터 2500년 전 중국 노나라 애공(哀公) 14년 기린이 세상에 나타났다. 못난 임금은 기린을 사로잡고서 그것이 무슨 짐승인지 알지 못하였기에, 재수없다 여기며 죽여버렸다. 그리고 공자(孔子)에게 그 시체를 가져다 보이자, 공자는 시대를 잘못 만난 기린의 죽음을 슬퍼하며 세상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한탄했다. 그리고 노나라의 역사를 정리한 ??춘추(春秋)??를 저술하며 “기린을 잡았다(獲麟)”는 말로써 끝을 맺는다.

이 세상에 기린이 출현하고 천리마가 뛰어다님은 제대로 된 사육사가 있다는 증거이다. 반면 배고픈 천리마 또는 죽어버린 기린은 당연히 사육사가 지지리 못났음을 말해준다. 내년에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찾아왔기에, 한유(韓愈)의 위와 같은 글들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이 천리마인지 평범한 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혹여 내가 기린을 잡아 세상을 끝장내는 애공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울 따름이다.

우경섭 한국학연구소 HK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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