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경영학부 교수

공정사회가 화두다. 대통령이 공정사회의 구현을 남은 임기의 중요 한 정책기조로 제시하면서부터다. 아마도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경 제적∙사회적 혜택의 불공정, 대기업∙중소기업 경쟁의 불공정, 신 분∙지위 취급의 불공정 등의 폐해를 의식한 대응일 수 있다. 일견 집 권초기의 실용주의라는 몰가치의 자세를 대신한 가치지향형 정책기조 의 제시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공정사회의 모습을‘출발과 과정’ 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지만‘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사회로 규정하고, 친서민 정책을 공정사회 구현 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정부의 말과 행동 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사회지도자급 인 사, 특히 기득권자들이 공정사회의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그러 나 과연 그런가.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외무부장관 딸 특혜사 건에 대해 국민의 85%같모든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 그런 일이 광범위하게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내일신문). 우리갖공 정한 사회’라는 구호에서‘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전두환 정권의 음습 한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은 이 불일치 때문이다.

공정성은 어떻게 지각되는가? 조직론에서는 공정성을 분배적 공정 성과 절차적 공정성, 그리고 상호작용적 공정성으로 구분한다. 분배적 공정성은 조직에 대한 기여에 대해 구성원이 받는 보상을 동료의 그 것과 비교한 뒤 느끼는 적정성 정도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절차적 공정성은 보상을 결정하는 데 이용되는 수단과 절차 가 얼마나 공정한가에 대한 개인의 인지 정도를 말한다. 이는 의사결 정과정의 합리성,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접근성 등으로 정의되며, 구성 원들은 결과 못지 않게 그 과정과 절차도 중시한다. 기회의 균등성 여 부가 중요시 되는 이유다. 상호작용적 공정성은 절차가 시행되거나 분 배가 결정될 때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질에 대한 공정 성의 인지 정도이다. 이는 다시 대인간 공정성과 정보적 공정성으로 구분된다. 대인간 공정성은 결정과정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정중하게 존중받았는가 하는 느낌에 따라 달라지며, 정보적 공정성은 특정 절차 의 사용 또는 분배 결정의 이유 등에 관해서 설명할 때 어떤 유형의 정보가 전달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공정성 지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정성 지각이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사회에 모두 반영되기 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바라는 바는 공정사회 이전 에 특권과 특혜, 반칙이 없는 사회의 구현이다. 특권과 특혜 시비가 없으면 누구든지 타인의 성공과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게 된다. 패자 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다. 국가가 할 일은 특권과 특혜 그리고 반칙을 규율하는 것, 힘있는 총리후보자와 힘없는 연예인의 병역기피 혐의를 똑같은 저울로 다루는 것이다.

정재훈 경영학부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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