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길이가 짧아지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Hemline Theory라는 이론이 있다. 치마길이의 변화가 비공식적으로 경기동향을 알 수 있는 ‘체감지표’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이에 대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시대의 ‘유행(트렌드)’를 따라서 디자인을 하는데, 트렌드 자체가 사회분위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회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불황일 때 구매는 Basic(기본적인 디자인)하다는 보고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학교 학우들의 소비·행동은 어떤 트렌드를 따라갈까? 또한 트렌드의 뒤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책
구내서점 점원의 말에 따르면 요즘 우리학교 학우들이 제일 많이 보는 책은 토익관련 영어서적이다. 다음은 인적성검사, 둘 다 취업시 필요한 것이다. 창업관련 서적 등 경영·경제 서적도 많이 읽는다. 봄·여름이 되면 여행에 관련된 ‘세계를 간다’와 같은 책들을 읽기도 한다.

2002년도 봄부터 외국화장품 브랜드의 샘플을 주는 외국잡지를 보는 것도 유행이다. 일부 외국브랜드 모음과 관련된 책이 수집용이 되기도 한다.

3년 전까지는 시집이 주로 선물용 이였지만, 현재는 인터넷 상에서 유행했던 만화 등이 출판되어 선물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시험 관련된 책 외에는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서점의 책이 연관이 되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의 이해 이지연 강사는 “인터넷은 대학생들의 생활공간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며 인터넷상에서 유행이 만들어지고 그 유행이 오프라인 상에도 이어지는 ‘동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패션 브랜드에 관한 소유욕에 관해서 이은희(소비자아동학) 교수는 “물질주의적 가치관과 남들에게 눈에 보이는 ‘부’로 인정받고 싶은 성향으로 브랜드에 열중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우리학교 앞에서 10년째 화장품가게를 운영한다는 주인에 말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게 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남학우들이 피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2년도부터 남학우들이 팩, 썬크림 등을 바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컬러로션, 에센스를 비롯 일주일에 3∼4번은 팩으로 피부관리를 한다고 한다.

여학우들의 화장은 4∼5년전까지만 해도 광고가 나오는 신상품이 하루에 40∼50개가 팔릴 정도로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렌드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색조화장의 표현과 색이 자유롭다.

외모로 평가하는 ‘얼짱’문화와 함께 남학우도 자신의 인상에 마이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성형수술을 하는 남자들도 종종 매스컴에 보도된다. 이에 대해 이지연 강사는 “그리스·로마시대에도 남자들이 화장을 했다고 한다”며 “애매한 사회에서는 남성성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내세우기보다는 다양함, 새로움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상권
우리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인하대 앞에서 술집을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먹고 죽자”는 말처럼 술을 강제로 권하고 받는 분위기가 강했다. 점점 갈수록 술과 함께 분위기를 마시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양’보다는 ‘질’과 ‘맛’을 선택한다.

미용실 매장이 늘어나는 등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꾸미는 외모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전문점이 늘어나고, 먹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을 택한다.

이은희(소비자아동학) 교수는 “소비취향의 변화”라며 “웰빙 경향의 영향을 받아 보다 쾌적하고 근사한 곳으로 선호취향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 양식
하숙·기숙이 설자리를 잃고있다. 하숙·기숙은 가격을 내리고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나, 학우들은 원룸을 원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화장실, 베란다, 주방까지 있는 집을 선호한다.
이은희(소비자아동학) 교수는 “공동의 개념에서 개인으로 변한다”며 “편의시설도 갖춰지는 등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여건도 함께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보다는 ‘나, 개인?’
03학번은 이렇게 얘기한다. “같이 얘기하고 술 한잔하고 싶은데 04학번은 8시만 되면 남?여 할 것 없이 다 집에 간다고 나선다”고. 02학번도 이렇게 얘기했다. “03학번은 우리도 다 남아있는데 먼저 집에 간다”고. “우리학번까지만해도 선배들이랑 얘기 많이 했고 선배 말에 거역 못했다”는 말도 있다.
내기와 그 위 학번만의 갈등이 아니다. 해마다 ‘새내기’들의 귀가시간은 짧아지는 듯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있었던 얘기다.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들을 하나로 ‘개인주의화’되어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을 때, 억압적인 위계질서, 전체적인 분위기보다는 개인을 중시해주고, 존중해 주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보면 인간관계가 와해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벽을 쌓고 다른 사람한테 관심과 애정을 안 가진다. 또한, 집단에 속했다는 소속감이 옅어지며, 졸업 후 서로 인간관계를 이어나갈지 보장 안 한다.

서양의 ‘개인주의’는 자율성과 책임감이 뒷받침 된 상태에서 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지연 강사는 “우리의 개인주의는 아직 책임감과 자율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과도기적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입학시 본인의 선택보다 부모님의 권유와 여건 때문에 학교·학과를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과제가 나왔을 때 틀을 만들어 주면 불평을 하지만, 틀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중요한 덕목이다.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 생활을 해 나갈수 없다. 이지연 강사는 “자신의 의견을 적절히 표현하면서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란
대학생이란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시기라고 한다. 고등학교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기실현과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살 것인지 결정해나가는 시기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 지에 관한 부담감이 너무 크다. ‘백수’의 집단에 속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할수록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내 미래를 위해서 내 자신에 대한 자아실현은 뒤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이수연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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