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경영학부 교수)

 지난 5월 1일 노동절 새벽에 근로시간 면제위원회(근면위)가 통과시킨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의 상한선을 두고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하다. 타임오프란 노조 간부의 노동조합 활동 가운데 회사가 유급으로 인정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타임오프의 상한선이란 유급으로 인정하는 시간의 한도를 뜻한다. 즉, 원칙적으로는 노조 전임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불이 금지되지만 노조 간부 등이 법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범위 내에서 노사관계 활동을 하는 경우 지금처럼 회사가 유급 처리해도 좋다는 의미다.

 근면위는 지난 4월 30일 노동·경영계 및 공익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노동절인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논란 끝에 표결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했다. 근면위의 결정에 따르면, 타임오프 한도 풀타임(연간 2000시간)을 노조전임자로 환산할 때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노조전임자가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은 0.5명, 50∼99인 사업장은 1명, 100∼199인 사업장은 1.5명, 200∼299인 사업장은 2명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범주를 벗어나는 300∼499인 사업장은 2.5명, 500∼999인 사업장은 3명, 1000∼2999인 사업장은 5명, 3000∼4999인 사업장은 7명, 5000∼9999인 사업장은 11명, 1만∼1만4999인 사업장은 14명이다. 한편 1만50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가 급여를 지급하는 노조전임자의 수는 2012년 6월까지는 최대 24명, 그 이후에는 최대 18명이다. 소위 소후대박(小厚大薄)의 역진적 전임자 인정 구조라 하겠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조합원 4만5000명에 전임자가 220여명인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의 경우 기존 단협이 유효한 2012년 4월까지는 지금의 숫자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뒤로는 24명으로, 7월부터는 18명, 현재의 8% 수준으로 줄게 되어 노조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 노조의 과다한 전임자 수로 인한 노조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급격한 유급 전임자 감소는 제도의 실천성 담보를 의심케 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아닌 노조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따라서 기업별 노조라는 특수성, 그리고 조합규모의 영세성과 조합비 징수 상한제 등의 구시대적 노조억압 정책의 영향으로 노조전임자 급여를 사용자가 지급해 왔지만 자주, 자결의 원칙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노조원이 부담하는 것은 마땅하며 나아가 타임오프제도도 이러한 원칙의 확립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제도라는 지적도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도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이다. 노사 간의 정치적, 전략적 계산 하에 노사합의로 상한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는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럴 경우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상황이 전개됨으로써 애써 도입한 법 취지의 퇴색은 물론이고 곧 이어질 복수노조제도의 도입과 함께 현장의 노사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재훈(경영학부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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