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목), 2010학년도 학생총회가 무산됐다. 각 단대마다 단대를 나타내는 색의 풍선을 들고 들뜬 마음으로 대운동장에 모였지만 740명의 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학생총회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전성원 부총학생회장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이라며 날씨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비가 내리는 날씨에 대운동장까지 걸어가 자리를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이 직접 투표한 요구안을 협상하는 일에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라면 ‘비오는 날씨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아쉬움은 긴 준비기간에 비해 학생총회라는 큰 공간이 매우 소란스럽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수백 명의 학우들이 학생총회를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비에 젖은 의자에 당황해 앉지 못하고 서성거릴 뿐이었다. 우비를 입은 학우들은 자리에 착석했지만 우산을 쓰고 온 학우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러한 소란스러움에 많은 학우들이 착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우들의 수를 어떻게 셀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학생총회에는 유난히도 위임장을 쓴 학우들이 많았다. 3,145명이라는 학우들이 위임장을 냈다고 하니 적은 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우들은 모두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은 학우들일까? 대의원회 담당자 말에 의하면 위임장을 작성하고 온 학우들도 위임장 취소를 하면 정족수로 따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기 이전에는 알 길이 없어 한명의 학우가 두 명의 몫이 된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그렇다면 3천명이 넘는 학우들이 낸 위임장은 학생총회 성사에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 학생총회가 열리기 전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때 총대의원은 위임장 인원 관련해 몇 명까지 학생총회 인원에 해당될 수 있는가에 대해 안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총회가 진행됐고, 이러한 문제로 인해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결론적으로는 의결정족수로는 포함됐지만 개회정족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학생총회는 무산됐다.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지난 10일간이나 단식투쟁을 하면서 성사를 외쳤지만 무산돼 회장단들의 실망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비단 총학생회만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총학생회라는 것 자체가 학우들을 대표하는 단체인데, 학우들이 이러한 행사에 따라주지 않는다면 총학이 어떠한 열정을 갖고 있더라도 학교 측과 싸워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학생총회를 통해 떨어지는 빗방울에 떨어지는 관심을 직접 느꼈다. 위임장을 작성해 나의 권리를 다 행사했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비옷을 입고 풍선과 깃발을 흔들며 우리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누군가 있었기에 우리들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박미정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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