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의 공대생인 내게는 두려운 수업이 하나 있다. ‘오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어이없이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는 수업, 바로 실험과목이다.

이제 갓 복학한 예비역 1년차, 아직 수업에 대한 열정이 넘쳐흐르기에 수업 전날이면 예비보고서를 작성하며 다음날 수행할 실험과정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감 있게 준비를 마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실험을 진행할 때면 측정장비는 물론이고 전원공급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조교에게 하소연 해보지만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어쩌겠는가. 기계 오류로 인한 실험데이터의 터무니없는 오차는 말할 것도 없다. 실험실 한구석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고장 난 장비들은 몇 달째 고쳐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420여만원의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이러한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실험비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들은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단 말인가?

언젠가 제발 열악한 실험실 환경을 개선해 줄 수 없겠냐고 인하광장에 글을 올렸던 새내기의 탄식이 기억을 스친다. 그러나 새내기의 안타까운 한마디는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 허공을 울릴 뿐이었다. 몇 년째 고질적으로 반복돼 온 문제이기에 이제 학우들이나 조교들도  농담조로만 실험장비의 열악함을 이야기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실험수업을 받을 권리와 나아가 인하공대의 경쟁력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 당연시되고 간과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제 총학생회를 포함한 새로운 학생회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학우들과의 소통이나 함께 하는 자치활동도 좋지만 학우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개선해줄 수 있는 학생회 활동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상훈(전자ㆍ2)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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