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두고 "파렴치한 죄를 짓고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쏘아붙였고, 누군가는 "비리에 연루된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순간 성자가 됐다"가 비꼬았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파렴치한 죄를 지은 사람 중에 그 사실을 못 견뎌 목숨을 버린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만약 비리에 연루된 전직 대통령 중 전모와 노모가 자살했다면(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조문을 했을까 하고.

어느 신부님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그의 죽음을 그다지 애도하지 않으면서 애도하는 척 하는 일부 정치인들, 두 번째는 진정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유형, 세 번째는 노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지 않고 비판을 했었지만 지금의 몰상식하고 비인간적인 세상에 분노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애도하는 유형이다.

내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든, 언행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하는 지도자를 잃었다는 점이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부르짖던 사람이 가족들의 비리를 모른채 했는데 무슨 언행일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 만큼 우리 정치판을 맑게 하는데 기여한 권력자도 없었음은 다들 인정하는 바이고, 누구처럼 돈이 많아 자식 위장취업시켜 월급조로 비용처리하며 절세(?)할 형편도 안되는 처지에서, 자식 해외공부시키는 데 돈 많은 지인이 보태쓰라고 준 돈이라면 그가 가진 권력에 비하면, 그 전 사람들과 비교하면 차라리 초라해 보이기조차 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 조차도 못견뎌 죽음을 택했다. 특히 정치인들의 공약 중에 빌 공자 헛 공약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런 헛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나라의 지도자연 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나는 빠담풍 하더라도 너희는 바람풍하라는 사람들이 나라의 원로연하며 대로를 활보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 아닌가?

소통을 제일로 삼는 노사관계에서는 노사 양측의 대표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성실성(integrity/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며, 그것이 양 당사자 간의 신뢰의 원천이라고 말해진다. 이러한 덕목은 특히 정치 지도자에게는 더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며, 그는 죽음으로써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한 사람이다. 그 이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도자 축에도 끼이지 못할뿐더러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지도 못하는 필부의 머리 속에는 불과 쉰일곱에 병으로 돌아가신 내 아버님의 생전에 써놓으신 잡기의 한 구절이 떠나지를 않는다.

‘봄이면 꽃피고 새 울며,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낙엽지며 겨울이면 흰 눈 내리는 이 좋은 세상을 두고 가야만 하나!’

정재훈 경영학부 교수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