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그 어떤 시대보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고,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한 정보의 확산속도가 빛의 속도에 다다르고 있지만 모든 진실은 100% 정확하게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고 재가공을 거쳐 왜곡된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에 대한 정보가 속보로 전달되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정보를 받고, 거의 바로 정보의 재가공이 일어난다. 그만큼 변형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예전처럼 소문에 의한―말 자체가 가지는 특성인―휘발성도 사라진 요즘엔 재가공의 과정도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은 한쪽 면을 보고 그것이 사건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군중심리인데, 군중심리는 올바르게 작용하면 좋은 영향을 주지만(ex. 2002 월드컵), 누군가 이용하고자 맘만 먹으면 굉장히 나쁘게 적용될 수 있다―실제로 히틀러는 이 군중심리를 아주 잘 이용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야기와 관련한 인터넷 게시물을 살펴보면, 많은 누리꾼들의 추모 댓글 속에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명 ‘노무현 전 대통령 타살설’이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얻어낸 근거가 있는 주장이기 때문에 쉽게 설득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위여부가 아니라 인터넷상의 어느 ‘소문’ 또는 ‘가설’을 가지고 온 국민이 집단적인 마녀사냥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 한국은 마녀사냥의 천국이다―자살을 선택한 연예인들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익명성의 방패를 두르고 잔인하게 키보드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그 사람 입장에 서기 전까지는 절대 그 사람을 욕하거나 책망하지 마라’라는 탈무드의 명언이 있다. 비틀린 정보를 가지고 속단하여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폭력성을 익명이란 가시로 내보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민수 (항공ㆍ2)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