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역사에 매우 깊은 상흔을 남겼다. 지난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이 이제는 아물 때도 됐건만 30년이 지난 지금, 오늘의 5월은 다시 또 아프기만 하다.

지난 금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 전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 민주적인 대통령으로 인식돼 왔고 퇴임 후에도 우리들의 ‘노간지’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마냥 친근한 모습으로 남았었다.

그러나 현 정권의 충견이 된 검찰은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조용히 지내고 있던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이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수사를 단행했고, 족벌언론들은 연일 수사 내용을 시시각각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며 노 전 대통령을 몰아갔다. 이러한 압박수사를 통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금전거래 내용을 공개했고 검찰이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법적처벌을 가하지 않더라도 그의 가장 강한 무기였던 도덕성과 신념에 흠집을 낸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MB 정부는 자꾸만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으면 묵살하고 거리의 집회를 금지하며 심지어 추모를 위한 분향소에서까지 공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휘두르는 상식 이하의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권력들은 더욱더 무자비한 방식으로 남의 잘못을 추궁하는 것에만 열중할 뿐 자기성찰의 의지는 애초에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강렬한 경고일 것이다. 퇴임하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은 그의 마지막 순간에까지도 소통이 부재한 현 정부에 대해 항거했다. 이는 또한 낡아버릴대로 낡아버린 그의 신념에 대한 마지막 절규이기도 했을 것이다.

‘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외쳤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 기꺼이 몸 바쳐 투쟁했던 과거의 열사들이 그러한 것처럼 온 몸을 던져 지켜내고자 했던 그의 신념을 오늘의 이 역사적 비극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그의 영면을 기원한다.

<김정실 사회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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