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기다. 어떤 이들은 혼란의 시기라고도 하지만 필자는 한 단계 성숙을 위한 변화의 시기라 생각된다.

탄핵 폭풍과 총선이라는 두 사건은 사회의 변화를 가속화 시켰다. 지난주 1천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용천 사고에 그동안 북한 지원을 퍼주기라 비난한 당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데다 당 내부에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여느때보다 커진 것은 분명 변화다.

이러한 변화 속에 수십년 간 이 사회를 지배해온 권력이 하나 둘 무너지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난제로 여겨진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으며, 지난날 수많은 죽음으로 몰아넣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분명 이러한 변화는 늦은감이 없지 않다. 4·19와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 항쟁 속에서도 수구세력은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이 사회를 입맛대로 주물르면서 늘 개혁에는 소극적이였다.

그렇지만 현재의 분위기에 들떠있기에는 아직 이르다. 개혁은 이제 막 출반선 상에 섰을 뿐, 갈길은 멀기 때문이다.

최근 발족한 사회빈곤연대는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게 꼬집는다. 최저생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1백34만의 최저생계비 수급자와 그나마 수급권에서도 탈락된 4백만에 이르는 사각지대 빈곤계층이 그것이다.

더욱이 서울에만 3만가구가 넘는 단전단수가구와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체납자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 외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과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송두율 교수를 비롯해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갇혀 있는 양심수 또한 집고 넘어가야 할 우리네 현실이다.

변화의 출반선 상에서 이제 막 첫걸음이다. 아직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반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변화는 끊임없는 요구와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 구성원들은 냉철한 자세에서 바라보고 거침없는 비판을 해야 할 때다.

이병규 사진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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