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비룡논단
[비룡논단]마법을 풀 주문은?
  • 박혜영 (서양어문학부 교수)
  • 승인 2009.04.06 15:29
  • 댓글 0
   
 
     
 

괴테의 시 가운데 <마법사의 견습생>이라는 시가 있다.

여기에 보면 옛날 어느 늙은 마법사에게 마술을 배우러 온 한 젊은 견습생이 있었다. 매번 물을 길러오기 귀찮았던 그는 어느 날 스승이 외출한 틈을 타 스승이 하던 대로 빗자루에 몰래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마법에 걸린 빗자루는 견습생을 대신해 열심히 물을 길러왔다. 이윽고 물통에 물이 가득차자 견습생은 마법을 풀려고 했지만 마법을 푸는 주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온 집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견습생은 급한 마음에 그만 도끼로 빗자루를 내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 동강이 난 빗자루가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물을 길러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만’이라고 소리쳐도 이 빗자루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놀란 견습생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마침내 스승이 마법을 풀어 그 불쌍한 견습생을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원래 이 우화는 로마시대 풍자작가였던 루키아누스의 작품에 처음 등장하지만 괴테는 이 시를 통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온통 장밋빛 미래를 낙관하던 산업혁명 당시의 유럽을 풍자하였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계사용을 통한 생산량의 속도전이었다. 우화에서처럼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지면 물의 양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두 배가 다시 네 배가 되고, 네 배는 다시 여덟 배로 늘어난다. 마치 마법에 걸린 빗자루처럼 쉬지 않는 기계 덕분에 생산속도는 빨라지고, 따라서 생산량은 점점 늘어났다.

실제로 영국은 나폴레옹전쟁에서 승리한 직후 전쟁기간 동안 과잉생산된 상품과 농산물의 수급불균형 문제로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심각한 경제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마법견습생은 언제라도 무한성장의 주문에 걸려 공항에 빠질 수 있는 자본주의의 한 단면인 것이다.

문제는 이미 그 시점이 지났는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멈춰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우리에게 과연 이 마법을 풀 주문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 물에 빠져죽기 전에, 혹은 남은 강물이 모두 다 고갈되기 전에 우리에게 과연 마법에 걸린 이 빗자루를 멈출 주문이 있는가? 요즘 TV 광고 가운데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라고 주문을 부리면 무엇이든 생각대로 된다는 광고가 있다. 긍정의 힘을 강조한 이 주문은 원래 신데렐라가 왕자님의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동화 속 요정할머니가 썼던 주문이다.

이 광고는 또 다시 우리의 미래는 더욱 멋질 것이라고 마법을 걸어온다. 신데렐라의 마법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쉽게 풀렸지만 끝없는 경제성장을 바라는 우리의 욕망에 걸린 마법은 어떻게 풀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박혜영 (서양어문학부 교수)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