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눈부신 캠퍼스를 보며 이렇게 화사한 봄이 다시 찾아와준 것에 마음깊이 감사와 다행을 느낀다. 레이첼 카슨이『침묵의 봄』(1962)에서 온갖 제초제와 살충제로 오염된 지구에는 머지않아 봄이 와도 새들이 노래하지 않고 침묵만이 감돌 것이라고 경고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녀의 예언은 기우였을까?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과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정원사의 수수께끼’가 있다. 어느 날 한 정원사가 연못을 보니 수련 잎 하나가 떠있었다. 다음날 그 수련 잎은 두 개가 되고, 그 다음 날에는 네 개가 된다. 이렇게 매일같이 두 배로 불어난 수련 잎은 100일째 되는 날 연못을 꽉 채우게 된다. 그러면 수련 잎이 연못의 반을 채우는 날은 며칠 째일까? 정답은 “99일째”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실감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최근 미 국방부가 작성한 비밀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안에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 재해와 식량난이 빈발, 전지구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 한다. 먼 미래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007년부터 헤이그를 비롯한 유럽 주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대규모 한발이 세계의 곡창 지대를 강타할 것이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은 것이 급진적인 환경 단체가 아니라 기후협약 가입을 거부하는 등 환경 문제를 도외시해온 부시 행정부라는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대학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고 그를 위한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주된 기관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에 대한 평가는 젖혀두고라도 방대한 자원과 도시 공간을 사용하는 하나의 소비 주체로서 우리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이나 지역에서 일반화된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안 되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대의 ‘차 없는 거리 만들기’, 경북대의 ‘보행자 천국의 날’, 영남대의 ‘에코 스트리트 운동’ 등 환경 동아리가 중심이 된 운동이 있는가 하면 경북대와 대구교대에서는 한 여학생의 발의로 캠퍼스 내 캔과 종이를 수거, 판매해 환경 장학금을 지급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 캔 고철 단가가 톤 당 80만원 내외이고 대학에서 배출되는 종이가 최고급지이므로 참여도에 따라 성공적인 운동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효성 카톨릭대에서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영감을 얻어 캠퍼스에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올봄 문과대 몇몇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매화나무 여섯 그루를 심은 일도 있다. 정년 무렵 그 매화나무가 잘 자란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서 말이다.

나만 잘 살고 보자는 개발 논리에 의해 공공성도 미감도 상실한 한국의 도시 공간에서 그나마 많은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이 사회에 가능한 생태 공간, 생태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할 소임이 있다. 개교 50주년에 즈음한 마스터플랜에 지하 주차장 건설 계획이 들어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학생, 교수 및 교직원들의 참여와 정성으로 에코 캠퍼스에 한 발 더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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